한나라당의 주요당직 개편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해가 바뀌면서 출처 불명의 당직 개편설이 한 두 차례 당내에 나돌았으나 그 때마다 적전 대오이완의 가능성을 우려한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지시로 조기 진화됐다. 하지만 설 연휴 후 기류 가 달라지고 있다. 우선, 국회 공전의 매듭을 풀기 위해선 정창화(鄭昌和) 총무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정 총무는 의원임대의 부당성에 고리를 걸어 자민련의 원내 교섭단체 불인정을 선언한 상태다.
정 총무는 주말에 있은 여야 총무회담서 자민련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수용하는 등 '국회법상 교섭단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정치적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 원칙을 철회하지 않는 한 국회의 완전 정상화는 어렵다. 정국 장고에 들어간 이 총재가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 내놓을 카드 중 하나는 국회 조기 정상화다.
국회 정상화는 자민련의 실체 인정에 다름 아니고, 이는 정 총무의 '살신'(殺身)을 전제로 한다. 정 총무는 물러날 결심을 굳히고 이 총재에게 여러 차례 사의표명을 했다. 민주당도 총무교체가 예정돼 있어 시점도 적절하다.
대여 관계와는 상관 없이 한나라당 자체로도 면모일신의 요구가 있다. 현 당직 라인업이 대과 없이 이 총재를 보필해 왔지만, 국면 전환을 우선한다면 교체의 필요성이 있다. 당직 개편의 폭이 총무 교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당 3역, 나아가 기타 주요 당직자 선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당직 개편을 하게 되면 수세(守勢)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당내의 반론이 다. 이 총재가 이를 어떻게 모양새 좋게 뛰어 넘을지 주목된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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