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들과 교실에서 수업도 듣고 떡볶이도 사먹고, '핑클'하고 사진도 찍었어요."뉴욕에서 자화상 사진(Self Portrait)작가로 활동 중인 니키 리(Nikki S.
Leeㆍ32ㆍ본명 이승희)가 여고생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에 왔다.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서 북미지역 작가로 선정돼 처음 이름이 알려진 니키 리는 국내 미술계에선 아직은 무명 작가이다.
하지만 그는 세계미술무대인 뉴욕에서 가장 빠른 성공을 거둔 외국인으로 각광받고 있는 신데렐라 작가이다.
올해 예정된 개인전만 해도 보스턴 미술관, 시카고 현대사진미술관 등 5곳. 지난해 뉴욕타임스, 아트포럼, 아트인아메리카 등 미국 주요 일간지와 미술전문지는 잇달아 그의 기사를 실었다.
93년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후 94년 미국으로 떠나 불과 7년 만에 스타로 발돋움한 것이다. 96년 FIT(패션학교), 99년 NYU(뉴욕대학원)를 각각 졸업했다.
"저를 사진작가라고 부르지 마세요. 퍼포먼스 아티스트라고나 할까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 들어가 그들과 동화하면서 '찍히는 사진'을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그의 작업이다.
"옷차림을 바꾸는 행위가 작업은 아닙니다. 옷을 갈아입는 퍼포먼스는 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도구일 뿐입니다.
"그는 펑크, 여피, 드랙퀸(여장남자), 여행자, 스윙거(흑인), 레즈비언, 혼자 사는 노인, 히스패닉 등과 오래 생활하면서 자신이 집단의 한 사람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작업을 해왔다.
히스패닉 글래머와 어울리기 위해 10㎏이상 살을 불리기도 하고, 드랙퀸과 함께 금발의 매춘부가 돼 빨간 입술을 오므리기도 했다.
스윙거 프로젝트를 위해 1년간 흑인들로부터 춤을 배우기도 했다. 노랑머리에 싸구려 옷을 걸치고 최하층 백인들과 컨테이너 속에서 보름 넘게 살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퍼포먼스를 사진 찍는 사람은 전문 사진작가가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일 때도 있고 친구일 때도 있다.
예술과 다큐멘터리 사진의 경계에 있는, 실제와 허구의 퓨전 사진인 스냅사진들은 비록 거칠지만 어느 작품보다도 자연스럽고 진실하다.
어떤 속임수도 개입되지 않은 자연스러움 속에서 나온 사진들이기 때문이다.
니키 리는 6월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기획전의 큐레이터로 나서기 위해 다시 한국을 방문한다. 외국작가 4명을 불러 비디오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조명해 보는 전시회이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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