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 자금시장 경색이 조금 풀리고 증시가 다소 호조를 보이자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경제가 바닥을 쳤다며 낙관론을 제기하는 것은 심히 우려할만한 사태다.경기가 호전된 것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는 예산 조기 집행, 공적 자금 방출, 건축경기 활성화 등 각종 경기부양책과 산업은행의 회사채 인수 등 자금시장 대책이 겹치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금융시스템이 회복됐거나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됐기 때문은 물론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의 낙관론은 시급한 당면과제인 구조조정을 더욱 지연시킬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불경기 상황에서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부양책 실시가 불가피하고,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이 반드시 상충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느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느냐는 면밀히 따져야 한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하고, 경기부양은 구조조정의 틀을 훼손 않는 범위 내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선(先) 체력보강'을 내세우며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그 중에는 특혜 성격의 선심성 정책도 적지 않아 구조조정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
지금 국제환경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미국 부시정부의 출범과 미국 경제의 퇴조 기미, 통상마찰 문제, 일본 엔화 등 환율 움직임, 유가 동향 등 신경 써야 할 분야가 한 둘이 아니다.
내부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의 섣부른 낙관론은 우리 내부 전열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
최근 일부 외국 언론과 금융기관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서 정부의 개혁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정부는 4대 부문 개혁을 2월말까지 완수하겠다고 했다.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 그 동안의 구조조정 과정을 되돌아보고 미진한 부문과 계속 추진할 사항을 재정립해 구조조정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꾀할 시점이다.
낙관론은 그 이후에 제기해도 늦지 않다. 돈을 쏟아 부어 경기를 뛰워놓고 위기가 지나갔다며 방심한 결과 더 큰 어려움을 맞았던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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