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대출금 회수를 놓고 금융감독원과 하나은행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말 '현대건설에 대한 모든 채권은 2001년 6월까지 만기 연장한다'는 채권단 합의를 깨고 특정금전신탁에 포함돼 있던 300억원어치의 기업어음(CP)을 돌렸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측의 변은 이렇다."특정금전신탁은 위탁자(새마을금고연합회)로부터 어느 상품에 투자할 것인지 운용지시서를 받아 운용하는 것이다.
이 손실을 은행이 떠안으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하지만 금감원은 발끈하지고 있다. "채권금융단이 금융질서 유지 차원에서 합의한 사항을 특정 금융기관이 파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모든 금융기관이 하나은행과 같이 행동할 경우 금융시장 전체가 패닉상태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사실상 비상 상황에서 채권단이 합의한 사항은 지켜져야 한다."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양측 주장이 모두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결국 원칙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모 은행의 경우 최근 소액 특정금전신탁에 포함된 현대건설 CP에 대해 정부당국의 양해를 얻어 현대건설이 대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똑 같은 사안을 두고 액수의 과다에 따라 전혀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형평에 어긋난다.
현대건설 여신의 만기연장은 위기 상황의 예외 조치였다.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 제도도 마찬가지다. 원칙과 기준이 모호한 나머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예외조치의 불가피성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예외조치의 시행에도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금융질서다.
이영태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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