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가 3년만에 부활됐다. 경제팀 구성은 그대로지만, 재경부장관과 타 장관들의 관계가 수평에서 수직으로 바뀐 만큼 경제팀 운영도 변화가 예상된다. '경제부총리 체제'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예산권 과거 부총리(경제기획원장관 재정경제원장관)들의 경제팀 장악력은 직급이 아니라, 예산권이란 막강한 '금권(金權)'에서 나왔다. 하지만 현 재경부 장관에겐 예산권(기획예산처 보유)이 없어, 과거 부총리와 같은 경제팀 통솔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산으로 장악한다는 발상 자체가 구시대적인 것이다. 이젠 합리적 토론을 통해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는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며 이 점에서 새 경제부총리제는 민주적 경제운용을 위한 중요한 실험"이라고 말했다.
▲부총리와 경제수석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팀 운용의 두 축이면서도, 항상 긴장관계에 있다. 5공 시절 김재익(金在益) 수석, 6공때의 문희갑(文熙甲) 수석, 문민정부의 한이헌(韓利憲)ㆍ이석채(李錫采) 수석처럼 '강한 수석' 시절엔 경제부총리의 힘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무게중심이 청와대로 급격히 이동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90년대 초 조순(趙淳) 부총리와 김종인(金鍾仁) 수석, 문민정부의 이경식(李經植) 부총리와 박재윤(朴在潤) 수석은 불협화음이 빚어졌던 대표적 케이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관건은 결국 대통령이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달려있다. 비상상황이 아닌 한 팀장(경제부총리) 중심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총리냐 재경부장관이냐 순수 예산ㆍ기획ㆍ조정기능만을 갖고 있던 과거 기획원 때와는 달리, 현 재경부의 업무는 금융감독위원회(금융정책) 기획예산처(재정정책) 공정거래위원회(소비자정책) 등과 중복되고 있으며, 일부 집행기능도 갖고 있다.
까닭에 부총리가 재경부 장관 역할에 매달릴 경우 경제팀의 원만한 운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예컨대 공기업 해외매각 정책의 경우 '공공개혁(공기업 민영화) 완료' 차원에선 가급적 빨리 처리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외환수급(환율) 안정' 관점에선 가급적 시기를 늦출 필요성도 있다. 경제부총리는 바로 이런 상충된 문제를 특정부처 아닌 종합적 관점에서 조정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경제관료들은 역대 부총리 가운데 장기영(張基榮)ㆍ김학렬(金鶴烈)ㆍ남덕우(南悳祐) 부총리 등을 '명 부총리'로 꼽는다. 활동시대가 지금과는 크게 다르지만, 이들은 경제적 안목과 종합적 판단력, 강력한 리더십 등 경제팀장으로서의 덕목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전임 경제부총리 조언
전임 경제부총리들은 경제부총리 제도가 3년만에 부활함에 따라 경제운용 기조도 금융정책, 구조조정정책 일변도에서 벗어나 산업정책, 대외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승수(韓昇洙ㆍ민국당 의원) 전 부총리는 "그동안 정부내에 국가적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기능이 없어 경제정책은 금융정책과 다운사이징을 위한 구조조정에만 치우쳐 있었다"며 "신임 부총리는 경제운용의 최우선 순위를 금융ㆍ구조조정 정책과 산업ㆍ대외정책을 전략적으로 결합하는 데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의 문제는 결국 기업의 문제이고, 기업의 관건은 이윤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새 경제팀은 국내 산업을 기술주도형으로 바꾸기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웅배(羅雄培) 전 경제부총리도 "구조조정ㆍ금융ㆍ노사ㆍ산업ㆍ대외 정책 등은 상호 모순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를 국가 이익이라는 척도로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부총리의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임 경제부총리들은 특히 신임 경제부총리가 경제부처간 이견을 국가 이익의 증대라는 일관된 원칙에 따라 조정ㆍ조율하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순(趙 淳) 전 경제부총리는 "그동안 정부의 경제정책 조정능력이 부족해 경제부처간 혼선이 빚어졌고, 이로 인해 정부 신뢰가 상실됐다"며 "부처간 정책상충 문제를 해결하는 데 법적으로 부여된 부총리의 권한을 최대한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예산권과 금융감독권이 없는 상태에서 부총리가 실질적 지도력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부총리의 제도적ㆍ관습적 조정 장치를 추가로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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