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거리는 불속에 매서운 눈빛을 발산하는 강수연(35) 의 모습이 화면에 흐른다. 16년 만에 TV에 얼굴을 내민 강수연 주연의 SBS 대하사극 '여인 천하' (유동윤 극복, 김재형연출) 예고 방송이다. 그의 큰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빛이 강렬하다. 긴장도 엿보인다."TV는 배우를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매체라 망설였어요. 결혼 결정만큼이나 방송출연 여부를 놓고 고민하느라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2월 6일 방송할 '여인 천하' 제작 발표회에서 한 그의 첫 말이었다. 강수연은 긴 시간을 두고 연기자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조명, 분장, 연출 등 제작환경이 보장된 영화에 비해 초읽기를 하며 제작하고 시청률에 좌우되는 드라마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우려 때문에 1985년 '이화에 월백하고' 를 끝으로 방송 출연을 고사했다.
"조명이나 의상 등 연기자의 연기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조건을 SBS로부터 보장 받았기 때문에 방송에 출연한 거지요"
다른 출연자들은 밥을 먹고 있는데도 그는 한 숟가락 뜨지 않았다. "출연을 결정했으니 몸만들기에 들어가야지요." 연출자 김재형PD는 강수연의 캐스팅 이유를 "가슴에 화산을 품고 있는 여자" 라고 말했다. '여인 천하' 에서 강수연이 타이틀 롤인 정난정 역에 적격이라는 말의 우회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강수연의 외모와 그동안 출연한 영화에서 보여준 카리스마가 조선 중종 관비에서 정경부인까지 오른 뒤 20년 동안 권세를 누리다 몰락한 야망의 화신 정난정이라는 인물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정난정은 악녀나 요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았고 야망을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성공하고 싶은 많은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역시 정난정 처럼 끊임없이 연기세계의 정상에 서기 위한 노력과 자기관리를 해 왔다. 열살 때인 1976년 TBC 드라마 '똘똘이 모험' 과 영화 '핏줄' 에서 아역으로 데뷔해 1887년 '씨받이' 로 베니스영화제, 이듬해 '연산군' 으로 낭트영화제, 1889년 '아제 아제 바라아제' 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3년 연속 여우주연상을 받아 월드 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연기생활 25년째에 접어드는 그가 생각하는 연기관은 무엇일까.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연기자면 족해요."
여전히 아역 때의 이미지가 얼굴에 살아있는 그는 결혼 적령기가 지났다. "좋은 남자 생기는 것은 바라지만 결혼은 아직 계획이 없어요. 그렇다고 독신론자는 아닙니다. 연기생활 좀 더하다가 하려고 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가 출연한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과연 그의 말대로 연기자의 모든 것이 낱낱이 드러나는 드라마 '여인 천하' 에서 가슴에 쌓인 화산같은 열정이 정난정으로 폭발할 수 있을지.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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