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7일 총무회담에서 내달 5일부터 국회 문을 열기로 합의했다. 여야가 의외로 빨리 접점을 찾은 것은 '정쟁을 그만 하고 민생을 챙기라'는 설 민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 하지만 국회 정상화가 정국 정상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안기부 자금 사건뿐 아니라 자민련의 교섭단체 인정 문제, 공적자금 청문회, 국가보안법 개정 등 암초들이 적지 않다. 이 같은 문제들이 풀리지 않을 경우 내달 국회는 '정쟁의 마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안기부 자금 사건
여야는 안기부 자금 사건과 관련 법무부가 한나라당을 상대로 제기한 국고환수 소송을 둘러싸고 여전히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28일 국고 환수를 거듭 촉구했으나, 한나라당은 이에 맞서 법무장관 해임안과 검찰 수뇌부 탄핵안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DJ 비자금'을 겨냥해 '정치자금 조사를 위한 특별검사제 법안' 처리를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일축했다.
■ 자민련 교섭단체 인정
여야가 국회에서 '3당 교섭단체'의 대표연설을 듣기로 합의함으로써 자민련의 법적 위상 문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총무는 "자민련을 법적으로 인정하되 정치적 협상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자민련의 실체를 인정하기 위해 징검다리를 밟고 있다는 해석도 있지만, 자민련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할지 여부가 여전히 논란 거리로 남게 됐다.
■ 공적자금 청문회
증인신문 방식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로 무산된 공적자금 청문회를 재개할지 여부도 쟁점이다.
한나라당은 공적자금 청문회 재개를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야당이 청문회를 정치공세의 장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다면 청문회 재소집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조건부 협상론을 제시했다.
■ 국가보안법 개정
여야의 개혁파 의원들은 크로스 보팅(자유투표)을 통해서라도 내달 국회에서 보안법을 개정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야의 지도부는 '크로스 보팅은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이다. 또 보안법 개정에 대해 민주당은 적극적인 반면 한나라당은 소극적이고, 자민련은 부정적이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앞두고 3당의 입장 차이가 어떻게 절충될지 주목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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