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특정금전신탁 만기가 돌아오자 신탁 계약자에게 현금 대신 현대건설 기업어음(CP)을 내줘 '채권단의 현대건설 채권 만기연장 약속을 깨고 이 회사 여신을 편법 회수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특정금전신탁 만기가 돌아온 지난 20일 계약자인 새마을금고연합회에 현금 대신 300억원짜리 현대건설 CP를 내주었고 연합회는 현대건설에 지급을 요청했다.
현대건설은 지금까지 이 CP를 결제하지 못하고 있으나 채권자협의회가 현대건설 채권에 대한 6개월 만기연장에 합의함에 따라 부도처리는 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하나은행측에 자세한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하나은행이 고의로 채권단 약속을 파기했다면 채권자협의회가 위약금 부과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측은 그러나 "특정금전신탁은 계약자(연합회)가 현대건설 CP를 사서 자금을 운용해달라고 지정한 만큼 이 CP는 만기연장 대상 채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내부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채권단이 만기 연장을 약속한 이상 모든 현대건설 채권이 만기연장 대상이 된다"며 "은행이 앞에서는 기업 지원약속을 하고 뒤에서는 '나만 살겠다'며 이기주의적인 행동을 한다면 스스로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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