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주변 4강이 얽히고 설킨 '한반도 외교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복잡하다. 한반도 외교전의 치열함과 복잡성 때문에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포함해 남북한과 4강 정상간의 회담 시기와 순서 자체를 점치기 어려울 정도다.우선 한반도 정세변화에 있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이 가장 큰 변수라는 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시급하고 일단 3월 초를 목표로 일정을 조정중이다.
힘을 바탕으로 한 외교와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를 내세우며 대중ㆍ대북 관계 재정립을 꾀하는 부시 대통령은 2월10일을 전후해 미일 동맹 중시의 표시로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도 준비중이다. 한ㆍ미ㆍ일 대북 공조의 수준과 북일 수교회담의 속도가 논의될 것이 확실하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은 개혁ㆍ개방 제스처로 미국의 압박을 피하면서 중국과의 공조 가능성을 미국에 시위하는 양면적 포석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4, 5월 또 방중할 가능성이 있고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답방할 수도 있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라는 북한의 외교 목표에는 변함이 없지만, 미국이 '적대정책'으로 선회할 경우에 대비해 중국ㆍ러시아와의 북방 동맹도 다져두겠다는 의도다. 북한이 과거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며 실리를 챙겼듯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곡예외교'를 펼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북한의 개혁ㆍ개방 유도나 남북관계 유지에 확실한 영향력이 있음을 과시했다. 미국만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조정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NMD 등 미국의 일방적 군비독주에 강력히 반대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김 위원장을 초청해 올 2월 방러설이 높았으나, 푸틴 대통령이 다시 북한을 방문하거나 남북한을 연쇄 방문할 가능성이 최근 대두되고 있다.
러시아는 또 2월 모스크바에서 개최하는 미사일 국제회의에 북한을 초청해 미사일 포기 대신 인공위성을 대리발사해 주는 안을 다시 타진할 계획이다.
결국 4강은 남북한 주도의 화해ㆍ협력은 존중하지만 한 강대국의 절대적 영향력 행사를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연구원은 '2001년 국제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이 같은 한반도 정세를 남북한을 둘러싸고 4강이 서로 경쟁하는 '다층적 3각 구도'라고 정의했다.
한ㆍ미ㆍ일, 북ㆍ중ㆍ러, 남ㆍ북ㆍ중, 남ㆍ북ㆍ미 등 목표이익에 따라 다양한 3자구도가 겹쳐서 나타날 것이라는 의미다.
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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