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북한 지역내 금강산에서 진행될 제3차 적십자회담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남북대화가 빠른 템포로 진행돼 뚜렷하고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중국 방문중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며 "북남 공동선언을 이행하겠다"고 언급했다. 남북관계 진전의 청신호다. 이에 앞서 북한은 10일 '우리 민족끼리 통일의 문을 여는 2001년 대회'를 열어 "오늘이야 말로 북남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은 대회에서 이산가족, 일부 장기수 북송, 전력 협력을 비롯한 경협문제 등에 대해 실천 의지를 밝힌 뒤 남북간에 합의된 시간표를 적극 실현해 나가자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 북한은 11일 3차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자는 입장을 밝힌 뒤 태권도시범단 교환을 위한 실무접촉, 북한지역 동해어장에서의 남북 공동조업을 위한 실무접촉 등을 잇따라 제의했다.
남측 제의에 따라 호응해 온 기존의 수동적 자세와는 딴판이다. 올 상반기 장관급회담, 국방장관급회담, 경협추진위 등 남북간 모든 채널이 풀가동되면서 군사적 긴장완화를 통한 평화정착 문제 등 올해 남측의 대북정책 목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태도는 전력 분야 등에서 실리를 챙기고, 대북정책을 재검토중인 부시 미 행정부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려는 이중적 포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올 상반기는 유사 이래 가장 바빴던 지난해보다 더 바쁠 것"이라며 "북측은 올 상반기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정점으로 상정하고 잰 걸음으로 남북대화 등에 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차 남북 적십자회담
'새로운 관점과 새 높이에서'문제를 풀어가는 '신(新)사고'를 강조해 온 북측은 올 첫 남북대화인 이번 회담에서 남측의 면회소 설치 입장 쪽으로 상당 부분 접근해올 것이라는 게 당국의 기대다.
김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개방ㆍ개혁 의사를 흘려온 북한이 종전의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지 않으리라는 얘기다.
이를 방증하듯 북한은 회담의 의제로 '면회소 설치 문제'를 먼저 언급했고, 회담 대표단장도 최승철에서 김경락으로 교체하면서 자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면회소 설치시기 및 장소, 운영방안을 확정하고 이산가족들의 정례적인 서신교환을 실현한다는 입장이다.
■남북경협 등 기타 사안
북측은 이미 남측이 제안한 전력협력, 임진강수방, 개성공단, 경의선철도 및 도로 등을 논의하기 위한 4개 실무협의회 구성에 동의했다.
북측은 우선 급한 전력협력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협상 테이블을 빈번히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안은 북측이 경제특구를 지정하는 등 개방 입장을 보다 분명히 표시할 경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공산이 크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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