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혹독한 '민심'의 질책을 받았음에도 정치권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서로가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했다고 강변하지만 해석은 제 각각이다.'경제 살리기' '상생 정치 ' '민생 우선' 등 정국의 고비 때마다 고개를 내밀었던 낯 익은 단어들이 어김 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설 민심을 전하는 여야의 주장을 끝까지 들어 보면 '책임 떠넘기기' '네 탓 공방'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말로는 "정쟁에 신물 난다" 는 민심의 소재를 확인했다고 하면서 여전히 '신물 나는' 정쟁을 '신물 나게'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은 25일까지만 해도 의원 이적 파문 등에 대해 다소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26일엔 자화자찬 일색으로 돌아섰다.
민주당은 간부회의를 끝낸 뒤 최근 주식 시장의 회복 기미 등 경제관련 지표를 장밋빛 청사진으로 포장하는 데 열중했다.
"자민련과의 공조를 통해 정치안정을 위한 최저선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자평 속에는 최소한의 '미안한 기색'이 이미 사라졌다.
민주당이 느끼는 자신감이 어거지로 만든 자민련 교섭단체, 여전히 불확실한 경제회복 전망,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에 따른 반대급부 때문이라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원내 제 1당이면서도 모든 정치ㆍ사회적 권위에 대한 부정으로 일관했다.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논리는 간단하다.
"야당 말살을 위한 공작 정치의 소산이자 짜맞추기 수사의 전형" 이라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940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맞서 정권타도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국가공권력을 깡그리 묵살하겠다는 태도이다.
여야가 설 민심과는 동 떨어진 정쟁을 언제까지 계속할 지 지켜 볼 일이다.
정치부 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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