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자리를 얻게 돼 너무나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 남부럽지 않게 가르쳐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겠습니다."남편과 이혼한 뒤 초등학교 1,3학년 두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전모(31ㆍ여)씨는 26일 실직 여성가장의 나락에서 단번에 대형음식점의 공동 사장이 된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 듯 눈물을 흘렸다.
음식업 프랜차이즈업체 '대대푸드원'이 이날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앞 70평짜리 직영체인점을 전씨 등 5명의 실직가장에게 무상으로 양도하기로 했기 때문.
경리일을 보던 작은 섬유회사가 지난해 초 부도로 문을 닫은 뒤 실직 가장이 된 전씨는 그동안 생계의 위협을 받으며 절망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두 딸의 교육비만이라도 벌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 홍수 속에 실직 여성 가장을 받아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집 근처 식당에서 몇 달간 주방일을 했지만 그마저도 주인이 바뀐 8월 쫓겨나고 말았다.
"여성 실직가장이 얻을 수 있는 일은 허드렛일밖에 없었어요. 동네에서 10평짜리 작은 음식점을 차려도 6,000만~7,000만원이나 필요한데 정부에서 준다는 여성 가장을 위한 창업보조금은 그야말로 '공염불'이지요."
올 초 대대푸드원의 업소 무상양도에 지원할 때는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함께 지원한 실직 가장들이 300여명이나 됐다고 들었어요. 저는 행운을 움켜잡았지만 다른 분들은 구조조정과 경기침체의 격랑 속에서 어떻게 일자리를 잡으실지 걱정이 앞서네요."
전씨는 앞으로 2주간 경영교육을 받은 뒤 내달 27일 '바비큐 보스치킨 숙대점'을 오픈, 역시 실직 여성 가장이자 두 남매의 어머니인 김모(38)씨 등 실직 남녀 가장 4명과 함께 조리장, 홀서비스 등 역할을 나눠 업소를 운영하게 된다.
심사에서 탈락한 2명의 실직 가장을 직접 채용하기도 한 대대푸드원 조동민(趙東珉ㆍ40) 사장은 "구조조정과 경기침체로 인해 실직자들이 양산되고 이들의 가정까지 위협받는 것을 보고 업소 무상양도를 생각하게 됐다"면서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자활로 이어질 수 있는 기증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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