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한국통신 한국전력 국민은행 주택은행 포항제철 등 5개 공기업의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이들 5개 공기업의 부당내부거래 규모는 1조원에 이르며 물어야 할 과징금만도 400억원이나 된다. 지난 99년 8개 공기업에 대한 1차 조사에서 적발한 금액의 2배가 넘고 과징금은 8배 가량 된다.
한국통신의 경우는 부당내부거래 금액과 과징금 규모에서 재벌 최고 수준이다. 또 수법도 자회사에 대한 인건비 등 과다지급, 회사채 저리 매입 등 온갖 방법이 총 동원됐을 정도로 다양하다.
정부 출자ㆍ투자기관으로 공공성이 우선시 되어야 할 기업이 이런 상태라는 점에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IMF체제 이후 줄기차게 추진해 온 기업ㆍ금융ㆍ노동ㆍ공공 등 4대 부문 개혁 가운데 가장 미진한 것이 공공 부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 부문에 역점을 두었으나 결국 가장 기본적인 것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됐다.
말로만 구조조정을 외쳤을 뿐 안으로는 도덕적 해이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개혁에 역행하는 작태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공공 부문은 개혁의 무풍지대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부문이 이 지경이니 구조조정에 대한 민간의 불만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스럽다.
정부가 그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내세우며 민간기업들을 감시ㆍ감독해 온 정부가 공기업에 대해서는 '봐주기'가 너무 심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대해 공기업이 일부밖에 개선하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상황이라면 2월말까지의 구조조정 완료 다짐도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기업의 부당내부거래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공기업 경영평가 항목에 부당내부거래 관련 사항을 포함시킬 방침이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기업 최고 경영자 및 관련자들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4대 그룹의 4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상습 부당행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던 것과 최소한 형평을 맞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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