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단심 헤어진 남편을 기다려온 70대 할머니가 생활고를 못이겨 '50년 수절'을 꺾었다.A(74)할머니는 1945년 18세 때 3세 위 남편을 만나 결혼했으나 2년 만에 남편이 "돈벌어 오겠다"며 일본으로 밀항한 뒤 지금껏 생사조차 모른 채 하염없는 기다림의 세월을 견뎌왔다.
슬하에 자식도 두지 못했던 A할머니는 남의 집 식모와 식당일 등을 전전하며 근근이 살아왔으나 노년에 병까지 드는 바람에 더이상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주민등록상 엄연히 남편이 있어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을 수도 없던 처지.
할머니는 결국 정부의 생활 보조금이라도 받기 위해 50년 넘게 지켜온 남편과의 부부관계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가정법원 가사5단독 이상훈 판사는 25일 "장기간에 걸친 남편의 부재(不在)는 이혼사유에 해당한다"며 A할머니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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