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사 출신의 중소기업청 전문위원, 전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등 유력 인사들이 포함된 구권(1994년 은색실선 삽입 이전 발행된 1만원권 지폐)사기단이 적발됐다.검찰은 "'구 정권 비자금 수십조원이 구권으로 은닉돼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며, 그런 구권은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서울지검 강력부(이준보 부장검사)는 25일 전 한국웅변협회장 김모(53)씨 등 구권화폐 사기단 7명을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사기단에는 대기업 이사 출신 중소기업청 전문위원 이모(62)씨와 전 시카고 한인무역협회장이자 전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인 이모(59)씨 등 유력 인사들이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해 11월 "구 정권 실세가 보관중인 구권 화폐 중 60억원을 30% 할인해 신권과 교환해 주겠다"며 모정당 중앙위원 김모(43)씨로부터 42억원 상당의 자기앞수표 사본을 받아 가로채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다.
조사 결과 사기단 총책이자 16대 총선에 출마까지 했던 김씨는 6공과 문민정부 실세들의 이름을 도용하면서 자신이 시중은행 등에 구권화폐를 예치ㆍ관리하는 거물급 정치인인 것처럼 행세해 왔다. 또 중소기업청 전문위원인 이씨는 자신과 부인의 신병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 민주평통 자문위원 이씨는 사업에 실패한 뒤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수십조원의 구권화폐를 전국 28개 비밀창고에 보관중이라는 소문을 내고 다녔다"는 피해자 진술에 따라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이들 조직 외에도 10여개의 구권화폐 사기조직이 활동중이라는 첩보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권과 관련된 소문은 사실이 아니나 이 같은 '구권 교환설'을 이용, 비자금 성격의 돈을 세탁하려는 움직임은 실제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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