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린 김하인의 베스트셀러 '국화꽃 향기', 지난해 '엽기' 바람을 정점에 이르게 하는데 기여한 김호식의 '엽기적인 그녀', 인기 작가 신경숙이 지난해 발표한 '그가 모르는 장소' 등 국내 소설이 잇달아 영화로 만들어진다.우리 영화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인 중의 하나는 좋은 시나리오의 부족이다. 소설은 영화의 오랜 '이야기 샘' 이었다.
하지만 김정현의 '아버지' ,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충무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제는 베스트 셀러 소설이 영화 흥행의 안전판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또한 젊은 시나리오 작가들이 배출되어 시나리오계의 인력 구조가 바뀌면서 원작 소설붐은 사그러들었다.
'드라마' 보다는 장르 영화가 인기를 끈 것도 이유가 됐다. 본격적인 서사의 재미 보다는 상황 설정, 캐릭터로 영화의 재미 축이 옮겨간 것도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일반 상품에서처럼 영화 기획에도 트렌드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영화가 가져야 할 서사성에 다시금 주목하는 분위기가 부활하고 있다.
'국화꽃 향기' 는 어렵게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갖게 되지만 부인이 암에 걸린다는 내용으로 최루성 영화이다.
'편지' 로 흥행 바람을 일으켰던 이정국 감독의 야심작이다.
'그가 모르는 장소' 는 여성영화 '마요네즈' 를 만들었던 윤인호 감독이 욕심을 내고 있다.
신경숙씨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깊은 슬픔' 에 이어 두번째. 이혼을 앞둔 중년 남자의 이야기로 신경숙 특유의 심미적 내레이션을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지가 관심거리이다.
1993년 '비오는 날의 수채화2' 이후 8년 만에 메가폰을 잡는 곽재용 감독은 PC통신 인기 소설인 '엽기적인 그녀' (제작 신씨네)로 젊은 관객에 다가설 예정이다.
두 남녀 대학생의 발랄 상큼한 사랑이야기로 벌써 N세대 스타 차태현과 전지현을 주연으로 캐스팅해 놓았다.
중견 감독을 중심으로 오랜만에 불고 있는 원작 소설 바람.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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