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과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1월15일 한국일보 사회면에는 휴전선(DMZ)에서 들려온 훈훈한 뉴스가 실렸다.먹이를 찾지 못해 탈진한 산양 한 쌍과 새끼를 발견한 순찰 장병들이 당근과 양배추 등 먹을 것을 던져주었다.
처음에 산양들은 경계를 폈으나 며칠 지나면서 다른 산양들을 데리고 장병들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옛날 같았으면 벌써 사냥감이 되었을 텐데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안목도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과 북을 갈라놓은 DMZ길이는 약 250㎞이다. 비무장 지대가 양쪽 방향으로 각각 2㎞이므로 그 총면적은 1,000㎢다.
이 적잖은 땅은 민족사의 비극을 대변하는 분단지대이지만, 동식물들에게는 천국이 되어 있다. 사람은 왕래할 수 없지만 동물들은 이곳에서 오히려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자유로이 넘나드는 삶의 공간을 이루고 있다. 산악 강 습지 및 해안지대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생태 공간이다.
■반세기 가까이 사람이 통제되었기에 이곳에는 희귀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 생물학자들에 의해 확인되었다.
그래서 DMZ 보호문제는 남북긴장완화가 가시화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환경부가 이런 여론을 받아들여 DMZ를 유네스코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접경생물권 보전 지역이 전세계적으로 136곳이나 된다.
■유네스코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이 되려면 북한의 협력이 열쇠다. 남북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DMZ를 놓고 협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길은 찾으면 뚫리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비무장지대는 남과 북에 의해 잘 보호되고 있다는 점이 협력할 수 있는 기초다. 아울러 남북협력 없이도 가능한 민통선이내의 생태계보전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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