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개혁의 무풍지대?'정부의 공공개혁 드라이브에도 불구, 공기업들은 여전히 자회사를 편법으로 지원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25일 공정위의 공기업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 드러났다.
대표적 수법이 각종 업무를 자회사에 수의계약으로 위탁하면서 단순 노무 인력의 인건비까지 과다 책정하거나, 자회사의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저리로 매입하는 것.
통신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한국통신의 경우 3개 자회사와 4,389억원 규모의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439억원의 예산을 사실상 낭비했다.
한국통신은 1998년부터 한국공중전화에 공중전화 유지보수 업무를 위탁하고 점검원 등의 월 인건비(기본급+수당+상여금)를 시중 유사 직종 단가보다 훨씬 많은 195만7,000~ 309만2,000원으로 계산해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통은 또 자회사인 한국통신산업개발에 1997년 5월부터 11개 사옥의 관리를 맡기면서 인건비를 과다 계상하는 수법으로 346억3,000만원을 정상 급여보다 더 지급했고, 한국통신진흥에는 케이블TV 전송망 유지ㆍ보수를 위탁하면서 25억9,400만원의 수수료를 과다 지급했다.
지난해 10월 민영화한 포항제철도 민영화 이전인 98년 포스에너지에 포항ㆍ광양제철소의 자가발전 운영을 위탁하면서 계약서의 재료비 항목을 이중으로 계산, 30억700만원을 과다지급했다.
또 98~99년 에어컨 수리능력도 없는 포스콘과 26억3,800만원의 광양제철소 에어컨 유지ㆍ보수 계약을 체결했고, 포스콘은 다시 23억4,200만원에 다른 회사에 일괄 하도급을 줬다. 2억9,600만원을 부당지원한 셈이다.
자회사의 CP 등을 저리로 매입하는 재벌기업의 전형적 수법도 상당수 적발됐다. 국민은행은 3년 연속 적자기업인 국민리스에 98년 3차례에 걸쳐 420억원의 콜자금을 정상금리보다 최고 26.42%가 낮은 17.50%로 빌려줘 2억2,600만원을 부당지원했다.
또 주택은행은 99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주은산업이 발행한 CP 2,095억원어치를 16차례에 걸쳐 정상금리보다 최고 13.27% 낮은 8%대 금리로 사들여 4억9,5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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