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주택은행 얀 옵 드 빅 부행장 "한국 금융시스템 개혁 멀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주택은행 얀 옵 드 빅 부행장 "한국 금융시스템 개혁 멀었다"

입력
2001.01.26 00:00
0 0

'오전 7시50분 출근. 회의자료 검토. 9~12시 경영협의회와 여신위원회 참석. 샌드위치 점심식사 겸 오후 회의 점검. 오후 1~4시 리스크관리협의회 주재. 4~7시 RAROC(위험조정자본수익률)시스템 점검 회의.7~8시 익일 업무 준비.'

주택은행 얀 옵 드 빅(48ㆍ사진) 부행장의 하루 스케줄이다.

그는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다국적 금융그룹인 ING그룹이 1999년 주택은행의 지분 10%를 인수하면서 파견한 인물이다. 브뤼셀 램버트은행(BBL) 국내 금융총괄본부장에서 주택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후 ING그룹-주택은행 간의 조정 역할을 맡다가 지난해 8월부터 리스크관리본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아직 한국의 금융시스템 개혁은 멀었다"고 말 문을 열었다.

'기업들이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사업에 뛰어들고, 은행은 또 이를 철저히 검증하지 않고 쉽게 대출해준다. 부실채권이 발생해 은행이 부실해지면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살려준다.'그가 보는 한국 금융의 현주소다.

옵 드 빅 부행장은 이 같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 은행들의 중장기 재무계획이 너무 엉성하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그가 리스크관리본부를 맡자 마자 RAROC시스템 구축작업에 착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경기 변동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성장시켜 가기 위한 리스크관리장치로 내달 완성될 예정이다.

최근 격랑 속에 휘말린 은행 합병 물결에 대해 그는 '필연적 과정'이라고 단언했다.

유럽의 경우 1990년대 초 벨기에 은행들은 독자 영업을 추진한 반면 네덜란드가 먼저 대형 합병을 시작했는데 결국 네덜란드 은행들이 벨기에 은행들을 앞질렀고, 벨기에도 뒤늦게 합병 물결에 합류했다고 그는 소개했다.

지난해말 국민ㆍ주택은행 합병문제로 발생했던 극심한 노사 갈등에 대해 그는 "유럽 금융계에서도 합병을 둘러싸고 노사간 반목이 심화한 적이 있었다"며 "국민ㆍ주택의 사례는 새로운 탄생을 위한 진통 과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옵 드 빅 부행장은 "벨기에 은행인 KBC의 경우 노사가 함께 합병 선언을 했다"며 합병 은행들의 노사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주택은행 내에서 그의 인기는 좋은 편이지만 '한국 실정보다 원칙을 너무 강조한다'는 비판도 따라다닌다. 한국인과 일해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일벌레처럼 열심히 일하지만 아직도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해 덜 개방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