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방문 직후인 21일부터 23일까지 이뤄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안북도 신의주시 현지지도는 북한의 경제개방과 신의주 경제특구지정 등과 함수관계에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15일부터 20일까지의 중국 방문 중 '천지개벽'한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를 둘러본 김 국방위원장은 북ㆍ중 무역 거점인 신의주 공업단지를 둘러보면서 중국에서 해온 경제건설 구상을 가다듬고, 북한 경제의 활로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김 국방위원장은 현지지도에서 "우리는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효율적이며 능률적인 현대적 공장을 건설하여 후대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며 "모든 일꾼들이 낡은 관념을 버리고 새 것을 지향하며 투쟁기풍과 일본새(작업태도)에서 근본적 혁신을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가 방중 기간 "중국의 개혁ㆍ개방은 옳았다"라고 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번 현지지도는 신의주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신의주는 북한 경공업중심지이며, 북ㆍ중 무역 중심도시다. 김 국방위원장이 신의주에서 주민 생활과 직결된 화장품, 비누, 치약공장 등에 들러 생산을 독려하면서 사흘이나 머물렀던 정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김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는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 관측을 낳고 있다. 지난해 현대측에 신의주공단 개발을 권유한 바 있는 김 국방위원장은 신의주 사정을 살피고, 여건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동해안의 나진_선봉 및 금강산 지구, 남북 인접지역인 개성공단에 이어, 서해안에 새로운 경제특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중국 자본 유치에 유리하고, 내륙수송이 용이한 신의주를 이전부터 경제특구로 상정해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관측통들은 이와함께 사회기반시설 측면에서 뛰어난 입지 조건을 갖춘 남포시 등도 차기 서해안의 경제특구로 지정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한 관측통은 "신의주 현지지도만으로 북한의 개혁ㆍ개방 구상이 확인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중국식 경제에 큰 영향을 받은 김 국방위원장의 행보로 미뤄 조만간 가시적인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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