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북한 경제의 미래를 가늠케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김 위원장은 변모된 상해의 모습을 '천지개벽'으로 표현하며 개방ㆍ개혁이후 중국의 경제발전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4~5월께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본격적 학습을 위한 대규모 사절단을 중국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북한의 개방ㆍ개혁은 초 읽기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방중 결과는 낡은 틀을 타파하고 새로운 발상으로 임하자는 '신 사고'운동과 더불어 북한이 전술적 변화가 아니라 전략적, 구조적 변화의 새로운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해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개방ㆍ개혁은 그리 쉬운 사안이 아니다. 체제위협, 강경 보수 세력의 저항, 그리고 제도적, 관료적 관성 등이 북의 개방에 대내적 저해요인으로 등장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외자유치이다. 북한이 개방ㆍ개혁정책을 천명한다 해도 인프라구축이나 공업화에 필요한 외국의 자본과 기술 도입에 실패한다면 새로운 노력이 수포로 돌아 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의 개방과 맥을 같이하는 외자유치의 국제적 여건 조성은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라 할 수있다.
이를 위해 정부 당국은 보다 적극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우선 중국과의 공조를 통해 대북 진출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번 김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가시화한 것은 북한의 향후 경제 발전에서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 변수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의 독자적 대북 진출보다는 중국과의 공동 노력으로 신의주 특구 개발등에 참여한다면 위험부담도 적을 뿐 아니라 대북 진출의 학습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미티지 보고서에서 거론된 바 있는 한반도개발기금의 조성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사례를 통해 검증되었듯이 북한의 개방ㆍ개혁과 경제발전을 위해 한국 미국 일본 EU 그리고 중국 등이 참여하는 '한반도경제개발기금'의 설치가 가능하리라 본다.
북한의 외자유치를 측면에서 지원하기 위한 국제 민간 투자가들의 컨소시엄 구축도 민관 협력을 통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또 북한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IMF), 그리고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조속히 참여할 수 있도록 국제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과 이들 다자간 국제 금융기구들간의 제도적 연계는 북한 경제에 대한 국제투자가들의 신뢰도를 높여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의 개방ㆍ개혁에 필요한 외자확보를 용이케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병행하여 남북경협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의 경제 사정이 어려운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비록 선별적이고 소규모라 할 지라도 남북 경협의 활성화는 남북관계는 물론이거니와 국내 경제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한 건설 부문에의 참여는 침체국면에 있는 국내 건설 경기를 우회적으로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러한 국제환경이 마련될 수는 없다. 북한측의 전향적 자세가 절실히 요청된다.
개방ㆍ개혁을 위한 제도적 정비, 경제 자료의 투명성 보장, 그리고 각종 국제 경제 포럼에의 적극 참여는 물론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그리고 남북한 평화체제등 현안 안보문제에 대해서도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평화의 분위기 조성없이 개방ㆍ개혁에 유리한 국제 환경을 구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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