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구 여당에 선거자금으로 불법 지원된 안기부 예산을 국고로 환수키 위해 한나라당 등을 상대로 제기한 94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재판 진행 및 결과가 주목된다.우선 이번 소송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과연 불법 지원된 선거자금이 국민의 혈세인 안기부 예산인지 여부다. 민사소송이 관련자 기소와 동시에 제기된 만큼 법원이 이들의 유죄 여부 확정 전에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주장처럼 이 자금이 안기부 예산이 아닌 과거 정권의 통치자금이나 기업모금 정치자금일 경우 국가는 소 제기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데,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안기부 예산임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이 피고로 선정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 검찰이 김 전 차장과 강 의원에게 몰수ㆍ추징이 가능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했지만 두 사람 재산을 전부 압류한다 해도 940억원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피고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사실상 국고 환수 달성 여부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한나라당은 정당법상 법인격인 만큼 고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4ㆍ11총선 당시 선거자금을 받은 신한국당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별개의 정당인 만큼 신한국당의 불법행위와는 연관이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당법에 '합당으로 신설 또는 존속하는 정당은 합당 전 정당의 권리ㆍ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돼 있는데다, 한나라당의 전신(前身)인 신한국당과 구민주당이 97년 정식 합당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인적 구성이나 물적 기초의 동일성만 인정되면 정당으로서의 권리와 의무가 승계된다는 해석이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밖에 가집행 판결을 청구해 놓은 국가는 1심에서 승소할 경우 한나라당 당사 보증금이나 당에 대한 국고지원금을 강제 집행할 수 있고, 1심 판결 전 법원 승인만 받으면 한나라당 재산을 가압류할 수도 있어 경우에 따라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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