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전인 20일부터 정국 장고에 들어갔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6일 당사에 나온다.정국 타개책을 찾기 위한 엿새 동안의 칩거였지만 쾌도난마식의 해법을 찾지는 못한 것 같다.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이 총재의 구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권철현 대변인은 25일 "폭발적인 무엇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이전의 전격 등원 식의 결단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직 사퇴 등의 초강수라든가, 정쟁 중단 선언 등의 극단적인 유화책 모두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이다.
딱 부러지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이 총재가 딜레마에 빠져있음을 반증한다.
대타협으로의 유턴은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을 때 효과가 있을 뿐 지금은 꼬리를 내리는 것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강경 투쟁을 선언하기에는 "민생을 내버려 둘 것인가"라는 여론이 부담이다.
한나라당은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와 관련한 여권의 공세가 궁극적으로 '이회창 죽이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시적인 소강 국면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남북문제의 순항을 겨냥한 전술로 파악한다. 안기부 돈 940억원 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으로 고리를 걸어 둔 채 언제든지 다시 칼을 빼들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더 밀어 부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게 당연하지만 여론이 간단치 않다.
25일의 주요 당직자회의서도 "정부가 재산 가압류 조치 등 강경책을 들고 나올 경우 의원직 사퇴 등 일전을 불사할 것"(김기배 사무총장)이라는 강경론과 "원내외 병행 투쟁을 할 것"(정창화 총무)이라는 목소리가 뒤섞여 나왔다. 끝없는 대치 국면에서 우호적 여론을 얻기가 쉽지 않은 탓에, 전선을 장외로 넓히는 것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 총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2월 임시국회가 이어지는 만큼 원내 투쟁쪽으로 가닥을 잡을 개연성이 크다. 정치적 시시비비는 분명하게 따지되 경제와 민생 문제에는 최대한 협조하는, 이른바 정경 분리의 원칙을 내세우리라는 전망이다.
권철현 대변인은 "이 총재가 29,30일로 예정된 의원 및 지구당 위원장 연찬회에서 여러 의견을 들은 뒤 최종 해법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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