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내수급감 등 국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아짐에 따라 최근 국내 정보통신(IT) 업계도 바짝 몸을 움츠리고 있다.
그러나 '명품(名品)' 컴퓨터 메이커 컴팩코리아의 강성욱(姜聲郁ㆍ39) 사장은 이 같은 불확실성의 바다 앞에서도 여전히 여유롭다. "평상시에도 위기의식을 갖고 움직여야만 조직이 정체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처럼 '위기경영' 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컴팩코리아는 지난 해 전년보다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지만 그는 오히려 직원들에게 줄곧 경각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때론 지나칠 정도를 위기감을 조성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을 '양치기 소년'에 빗대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늑대의 출현에 미리 대비하고 조직의 변화를 이끌 줄 아는 IT업계의 노련한 양치기'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신년사의 화두를 "불황을 무시하자"로 잡은 것은 그의 또 다른 면모다.
강 사장의 이 같은 추진력과 공격 경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강 사장은 '위기가 또 다른 기회를 만든다'는 IMF 관리체제의 교훈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체험했다.
중대형 시스템 공급업체인 미국 탠덤컴퓨터의 동아시아 지역본부장을 맡고있던 그는 1997년 컴팩이 탠덤과 합병한 데 이어 디지털컴퓨터와 합병하자 회사를 떠나야 할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의 영업력과 추진력을 인정한 컴팩 본사는 IMF체제 직전인 12월초 피합병사의 사장인 그를 컴팩코리아 사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시련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우선 한국디지탈을 합병한 컴팩코리아의 직원이 수십명에서 수백명으로 갑자기 늘어난 시점에 외환 위기가 덮치자 본사의 구조조정과 감량경영 압박이 거세게 밀려들었다. 합병 3개사의 기업문화 차이도 생각보다 컸다.
위기상황 타개를 위한 국내기업과의 합작추진 지시도 본사로부터 떨어졌다.
하지만 당시 36세로 컴팩 아태지역 CEO중 가장 젊었던 강 사장은 '당돌하게도' 이 같은 본사의 압력을 모두 뿌리쳤다. "당시 외환위기로 불확실성이 너무나 컸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컴팩 본사나 아ㆍ태 본부 내에서 아무도 총대를 매지 않으려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모든 걸 책임질 테니 1년만 시간을 달라고 말했죠." 결국 그는 위기 상황을 딛고 연평균 70% 이상의 매출신장을 달성했다. 결국 컴팩코리아가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감량경영이 아닌 장기발전을 위한 투자로 선회하게 된 데는 강 사장의 집요한 설득력과 당돌할 만큼 추진력 있는 경영전략이 주효했다.
강 사장이 평소 강조하는 위기경영론은 바로 이 같은 체험 속에서 우러나온 전략이기도 하다.
강 사장은 "컴팩코리아가 단순히 컴퓨터만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닌 올해부터는 토털 e-비즈니스 솔루션 업체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신년사의 화두를 "불황을 무시하자"로 잡아 또다른 면모를 보여준 그는 내달 출시할 가정용 데스크탑 PC와 소프트웨어 솔루션 판매, 컨설팅 서비스사업 확대 등 신규사업을 위해 얼마전 100명의 신규인력 채용 계획과 예산배정을 마무리하고 또 한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장학만기자 사진=김재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