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은 1980년대 민청련 사건 등으로 감옥과 재야운동을 넘나들면서 국민의 마음을 읽었다. 그리고 그것을 한마디로 간명하게 집약해 냈다.'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라는 슬로건이었다. 이를 발판으로 그는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군으로까지 발돋움했다. 김 최고위원은 다시 지금의 시대와 국민정서를 한마디로 집약해 낼 대중적 메시지를 찾고 있다.
그는 "말로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설명 할 수 있는데 이를 압축된 단어와 문장으로 아직 표현해 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현단계에서 그의 정치적 문제의식은 "정치 경제 사회제도의 개혁을 통해 다시 일어서기 위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개혁적 이상과 현실정치와의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김 최고위원이 새해 들어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최근 정국현안에 대해 부쩍 '바른 말'을하는 빈도를 높이면서도 당론의 큰 울타리에서는 벗어나지 않는 것등이 이 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의원 이적 파문에 대해서는 "고육지책이지만 비판은 겸허하게 짊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원 추가 이적을 권력의 오만으로까지 보는 사람도 있다'고 떠 보았더니 "(비상책을 쓰고도) 자민련이 교섭단체가 안됐다면 정치는 희화화하고 여당은 무력화했을 것"이라고 이해를 구한다.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에 대해서는 "당이 나서서 정쟁으로 끌고 가선 안된다"는 의견을 냈다가 '순진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오늘의 범죄를 묻어 두고 내일 발생 할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느냐"는 원칙론에 서 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정치적 화해를 통한 타협에도 고개를 젓는다. "일부에서는 남아공 만델라의 방식을 말하지만 만델라 방식의 핵심은 '범죄가 있으면 고백하라. 그러면 용서한다'는 것이다. 고백 없이 어물쩡 넘어간다면 사회의 기본적인 신뢰조차 형성될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국가보안법 개정문제에 대해선 "크로스보팅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여야 개혁파 의원들의 정서를 대변했다. "당론을 정하면 야당과 자민련의 반대가 명약관화해 통과 가능성이 없다. 여야 의원들이 기명투표를 하게 하고 유권자들이 지역구 의원들을 평가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최고위원은 모든 일에, 어떤 사람에게도 항상 진지하다. 이 진지함이 그를 '국회의 신사'로 만들었고, 개혁파 의원들은 그를 리더로 추대했다. 그러나 진지하고 신중한 성격 탓에 결단력을 요구하는 리더십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한다. 김 최고위원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성격이 수줍은 데다가 지식인ㆍ지성인이라는 것에 대해 끈끈한 미련이 남아 있다"는 설명이 뒤 따른다. 그래서 "이것 저것 많이 생각하고 타이밍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새해 들어 그의 동선(動線)은 이같은 신중함을 뛰어 넘고 있다. 3월에 자신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한반도 재단(가칭)'을 발족시키는 등 대망을 향해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와의 회동을 추진하는 등 대중적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능력을 검증하는 기회도 갖고 싶어한다.
"개각에서 기회가 주어지면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생각이다.
/이태희기자 taeh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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