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시된 경찰 승진시험을 놓고 2001학년도 수능시험 때와 같은 '변별력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평균 시험성적이 100점 만점에 97~98점대에 달해 '100점을 받고도 근무성적이 낮아 낙방했다' '시험문제 수준이 초등학교 국어ㆍ산수 시험보다 못하다'는 등의 말이 나돌 정도다. 이로 인해 경찰청 홈페이지 등 사이버공간에는 변별력 없는 시험과 승진제도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달 14일 승진시험을 봤다는 조모씨는 "변별력이 전혀 없어 인사고과가 안좋으면 시험을 아무리 잘 봐도 소용이 없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포돌이'라고 밝힌 경찰은 "1~2년 공부하나 3개월 공부하나 전혀 차이가 없다"며 "근무성적 잘 받으려고 동료끼리 피 튀기는 로비전을 벌여야 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경찰 관계자는 "경위시험의 경우 5과목 문제 대부분이 경찰청이 발행한 실무문제집에서 그대로 출제됐다"며 "과목당 4~5문제를 제외하면 글자 한자 안달라 무더기 고득점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공간에는 "시험성적 1등이 승진에서 탈락했다" "커트라인을 90점대로 낮춰라" "아부해서 근무성적 잘 받은 사람만 최고" "이럴 거면 승진시험을 폐지하라" 등 비판론이 들끓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시험 변별력을 높이고 근무ㆍ교육성적 및 지휘관평가의 반영비율을 20~30%대로 낮춰야 승진시험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며 "시험공부 부담을 줄인다는 구실로 모든 문제를 경찰 실무문제집에서만 출제하는 것은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승진시험에는 순경~경감 16,387명이 응시, 1,713명이 합격해 평균 9.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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