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13일. "재벌 목소리만 대변하는 오너클럽인 전경련은 없어져야 할 조직이다."당시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2001년 1월17일. "전경련은 대기업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진념 (陳稔)재정경제부 장관.
꼭 1년 시차를 두고 반복된 경제관료의 '재벌 때리기'에 재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 장관은 취임 이후 줄곧 친(親)기업적 스타일로 '정부ㆍ재계 허니문'을 주도해온 터여서 발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안 때리던 선생님에게 맞는 것이 더 아프다"는 반성에서부터 "매질 강도가 개혁성향의 척도가 되는 한 연례행사처럼 계속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정부와 재계가 또다시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이번 신경전은 전경련이 16일 내놓은 정부정책 비판 보고서가 발단이 됐지만 경제5단체장이 최근 여야3당 대표를 만나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경제위기를 자초했다"고 주장한 것도 진 장관 입장에서는 유쾌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쓰러질 기업까지 살려줬더니 딴소리한다'는 게 정부측의 섭섭함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정부는 재벌을 채찍해야 할 때는 풀어주고 엉뚱한 때 다시 후려치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일관된 원칙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독려해야 할 때는 재벌에 끌려다니다 올들어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재계의 협조를 구하고 협력해야 할 때는 오히려 기업을 때리고 있다. 정부가 개혁이 미진한 공공부문의 실책을 재계에 떠넘기려한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지금은 정부와 재계가 서로의 잘못을 탓할 게 아니라 협력해도 모자랄 때다.
김호섭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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