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자정 무렵 서울 강남역 부근. 택시를 잡으려는 취객들이 차도 곳곳으로 몰려나와 온통 난장판이다.아예 택시를 세워놓고 흥정을 하거나, 몸을 내밀며 튀어나오는 사람을 피하느라 2개 차선의 통행은 완전 마비됐다.
테헤란로, 종로와 신촌, 사당역, 영등포역 앞에서도 같은 시간대에 같은 광경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연말 강남역 앞은 비틀거리며 차도 위를 걷는 사람, 택시를 잡다 아예 주저앉은 사람 등으로 중앙선 쪽까지 3개 차선이 인도로 변했다.
영업용 택시기사 김진웅(47)씨는 "자정 무렵만 되면 도로 위에 사람과 차량이 뒤섞여 오도가도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차도에서 차를 잡는 행위는 자기 생명을 위협하고 교통을 마비시키는 우리 대도시의 고질병이다. 지난해 경찰이 단속한 건수만 3,432건. 계도 위주로 바뀌기 전인 1999년에는 무려 2만5,661건에 달했다.
한 사람이 튀어나오면 다른 사람도 경쟁적으로 더 멀리 나오게 돼 결국 도로가 사람들로 꽉 차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위험이 높은 야간에 목숨을 걸고 택시를 잡는 것은 후진국형 위반행위"라며 "조급한 마음을 버리면 오히려 서로가 빨리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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