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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상하이發 황색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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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상하이發 황색 저널리즘

입력
2001.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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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순 비서, 도대체 그 동안 무엇을 했느냐. 16일부터 4일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체류했던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측근인 김용순(金容淳) 아ㆍ태 평화위원장을 향해 이런 질책을 쏟아냈다. 자조와 질책이 섞인 김 위원장의 호통은 문 밖으로 흘러나올 정도였다."김 위원장이 17년 만에 찾은 상하이의 발전상을 직접 확인하고 받은 충격을 생생하게 전달한 국내 언론 매체들의 이 같은 보도 내용은 20일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이 공식 발표되면서 허구임이 드러났다. 중국과 북한 당국 발표에 따르면 김 비서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수행하지 않았다.

상하이에서 기차로 30여시간 걸리는 북한에 머물고 있었을 김 비서에게 김 위원장은 무슨 수로 호통을 칠 수 있었을까. 왜곡된 사실의 전달이라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북한에) 들어가면 젊은 피들로 싹 바꾸겠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는 대목에서는 '상상력의 극치'를 대하는 것 같다. 국내 정치판에서 흔히 쓰는 '젊은 피'라는 말은 과연 북한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것인지.

김 위원장이 상하이 증권거래소를 2번 방문했다는 기사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마구 잡이로 보도한 국내 언론의 오보사례 중 사소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언론들은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국가 주석이 상하이로 달려가 김 위원장과 두번이나 회담했다고 전했지만 두 정상간 회담은 20일 베이징(北京)에서 한번 열렸다.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 자체가 가려지고 취재 활동이 철저히 통제된 상황 탓에 어느 정도의 부정확한 보도는 '알권리 충족'이라는 명분 때문에 그럴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사실파악(Fact Finding) 노력을 소홀히 한 채 소식통의 부정확한 관측을 센세이셔널 하게 보도 하는 것은 황색 저널리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번의 '오보 사태'가 설에 근거한 보도관행을 바로잡는 하나의 계기가 돼야한다.

김승일 정치부 차장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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