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쿠바. 시가와 럼주, 영원한 혁명가 체 게바라의 나라.그리고 음악의 나라다. 요즘 세계를 휩쓸고 있는 라틴음악의 룸바, 차차차, 맘보, 볼레로,살사 등이 쿠바의 거리에서 생겨난 것이다.
'손(son)'이라는 음악 스타일에 뿌리를 둔 쿠바 음악은 월드뮤직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변방에 머물던 쿠바음악을 세계 중심으로 이동시킨 악단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다.
1930~ 40년대 쿠바 수도 아바나를 주름잡던 고급 사교장에서 이름을 땄다. 이 클럽은 1959년 쿠바혁명 이후 부르주아 유산으로 몰려 문을 닫았다.
거기서 활동하던 음악가들도 뿔뿔이 흩어졌는데, 1996년 음반 프로듀서인 라이 쿠더가 아바나 뒷골목에서 이들을 찾아내 악단을 만들었다.
반세기가 지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돼서 무대로 돌아온 이들이 지금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카리브해의 낭만과 정열, 애수가 깃든 음악으로 가는 곳마다 열광에 파묻히고 있다.
워너뮤직에서 나온 음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1997년 그래미상 라틴음악 부문 최고상을 받으며 전세계에서 200만장 이상 팔렸다.
청춘을 되찾은 듯 기쁨에 넘쳐 연주하는 그들의 모습은 무엇보다 감동적이다. '쿠바의 냇 킹 콜'로 불리는 가수 이브라힘 페레르는 74세다.
젊은 시절 어느 정도 명성을 누렸던 다른 멤버와 달리 무명이었고 구두닦이로 생계를 꾸려왔다. 지난해 73세의 나이로 그래미상 라틴음악 최우수 신인상을 받은 그는 주름진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띄운 채 불타는 사랑을 노래한다. 유일한 여성 멤버인 가수 오마르 포르투온도는 71세다.
젊을 때 만인의 연인이었고 지금도'쿠바의 에디트 피아프'로 불린다. 피아니스트 루벤 곤잘레스는 무려 92세다.
손가락 놀리기도 힘겨울 것 같은 구부정한 노인이지만, 믿기지 않는 놀라운 솜씨로 연주한다. '영원한 청춘'을 자부하며 "죽을 때까지 여자를 사랑할 것이다.
여자와 연애는 인생의 꽃"이라고 말한다. 세월이 그들의 젊음을 뺏어갔지만, 음악과 삶에 대한 열정은 어쩌지 못했다.
이들이 2월 5일, 6일(월, 화)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피아니스트 루벤 곤잘레스가 워낙 고령이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무대다. 이들의 음악과 삶을 담은 독일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도 3월 1일 국내 개봉된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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