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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무원장, 그런 말 해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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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무원장, 그런 말 해도되나

입력
2001.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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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그 본령을 떠나 갈등을 생산하기에 여념이 없는 판에, 이를 나무라고 타일러야 할 종교지도자가 특정 정파를 두둔하고 특정 정치 지도자를 비난하는 말을 함으로써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이를 바라보는 국민들로서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正大)스님은 민주당 김중권 대표 일행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그 사람(이회창 총재) 얼마나 독한 사람이냐.

그 사람이 집권하면 단군이래 희대의 보복정치가 난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자민당도 50년 했고, 미국도 잘하면 3선 4선도 한다.

잘하면 몇 백년이든 못 하겠느냐"며 민주당을 편들었다. 이 말들은 TV 방송 뉴스시간에 여과 없이 그대로 나갔다.

이 말들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말의 흐름을 볼 때 개인적 감정에 치우쳐 있음이 확연하다. 이런 말을 한 정대스님은 개인이기에 앞서 불교 조계종의 대표자다.

종파의 지도자가 개인적 감정을 드러내 특정인을 헐뜯고, 편 가르기에 나선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그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종파나 종교인들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자비를 덕목으로 하는 불교 지도자의 입에서 더구나 나올 말은 아니다. 그는 신년사에서 "남을 탓하기 전 자기 책임을 먼저 성찰하고, 남을 미워할 게 하니라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설파했는데, 이런 말들과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이번 파문 이후 정치권의 반응을 보면서 정치인들은 여전히 거듭 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 지도자의 비상식적 언사에 희희낙락 하면서, 야당과 이 총재를 비난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 것은 낯 두꺼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종교 지도자들은 이번 파문을 계기로 앞으로 정치적 언행을 삼가야 할 것이다. 대선 등 정치적으로 중요한 전환기 마다 종교 지도자들이 특정인 또는 특정정파를 물심 양면으로 지원해 왔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종교 지도자는 정치에 초연해야 하며, 개인적 호불호(好不好)가 있다 하더라도 내색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참지 못한다면 지도자의 자리에서 내려 오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조계종 지도자들은 국민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 집단 패싸움으로 비쳐진 조계종 분규를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늘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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