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침체기가 너무 오래 계속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지적된 '한국화의 위기'는 여전히 갈등과 혼란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일반인은 물론 작업현장에서까지 점차 외면 받고 있는 한국화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공평아트센터의 '변혁기의 한국화-투사와 조망'전(2월 27일까지 02-733- 9512)과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의 '흩어지다' 전(28일까지 09-760-4780)은 오늘날 한국화의 위기를 비판적으로 해부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기획전이다.
'변혁기의 한국화'전을 기획한 김상철 공평아트센터 관장은 "70년대말- 80년대 초라는 시기가 가졌던 상징적 의미를 문제해결의 단초로 잡았다"면서 "당시는 한국화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활발했던 시기"라고 말했다.
이 시기는 수묵화의 현대화 운동, 진경산수와 채색화에 대한 재조명, 지필묵 위주에서 탈피해 새로운 혼합재료가 '한국화'(이전까지는 동양화)라는 이름과 함께 등장했던 의미있는 시기이다.
오늘날 한국화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는 그 당시 잉태된 씨앗이며, 한국화에 대한 현대적 의미의 변혁 역시 당시 한국화가 파종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당시 결성돼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였던 '오늘과 하제를 위한 모색전'(서정태 김진관 등 20명) '현대수묵회'(이철량 김호석 문봉선 등 14명), '묵조회' (김호득 권기윤 조순호 등 11명) '시공회'( 홍석창 이경수 등 20명) '일연회'(황창배 오용길 한풍렬 등 8명) 등 대표적인 5개 그룹이 1주일씩 공평아트센터에서 돌아가며 당시의 그림과 이후의 산물을 보여주고 있다.
왜 이제는 김홍도의 풍속화가 아닌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가 최고의 한국미술로 평가받는지, '일본색'이라 기피하던 채색화가 어떤 경로로 인정받게 됐는지, 서양화같은 재료를 쓰고도 어떻게 한국화작가로 자리매김될 수 있었는지 음미해보며 한국화의 나아갈 방향을 조망하는 자리이다.
'흩어지다'전은 18명의 작가가 수묵화 외에 아크릴릭, 사진(강홍구 정동석), 조각(신옥주), 그림(황인기), 비디오(장윤성)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한국화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본다.
수묵화로 대변되는 순수 한국화 작가는 18명 가운데 박병춘 박재철씨 등 4명에 불과하다. 오늘의 시점에서 과거를 반성하는 의미 있는 전시회이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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