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李富榮) 한나라당 부총재는 당내에서는 '섬'같은 존재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보수가 본류인 정당이다.그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주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주류로 불리는 것도 꺼린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주류와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런 그와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관계를 '보완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 그의 개혁적이고 깨끗한 이미지는 이 총재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반면 자칫 공허해 질 수 있는 그의 개혁적인 목소리는 이 총재를 통해서 울림을 얻을 때가 많다.
그 또한 "이 총재는 전통적 지지기반을 기본으로 하되 개혁 성향의 유권자들도 지지세력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완관계라는 평가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며 공감했다.
이 총재를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는 기대가 담겨 있다. 그는 "한나라당은 결코 구여권 성향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며 "이 총재는 보수와 개혁의 균형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패배 후 이 총재가 야당 지도자로서 위상을 세워가는 모습은 경이적"이라며 "이 총재를 믿는다"고 했다.
이 총재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한 평가도 비주류 인사들과는 편차가 있다. "여권의 끊임없는 야당 죽이기 시도로 당이 위기에 처한 만큼 독주 양상을 보이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그가 이 총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거둔 것은 아니다.
그는 "이 총재가 지나치게 구 여권에 치우친 노선을 걸을 경우 공개 비판과 당내 투쟁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이 총재는 균형 있는 지도자로서 한나라당을 국민 통합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결코 편향되지 않도록 견인 할 것" 이라고 다짐했다.
그의 머리 속에는 나름의 그림이 있다. "어떤 것이 이부영 식 원칙이냐"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건전한 상식의 정치"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원칙을 온전하게 지켜 나가고 있는 것일까. 개혁성향의 소장파 의원들 가운데에는 "(이 부총재가) 보수 성향의 당론과 수시로 부딪치고 깨지는 과정에서 원칙이 조금씩 마모되고 있다"고 걱정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그의 답변에는 자신감이 배어있다.
"보수 성향의 인사들을 끊임없이 설득, 이해의 폭을 넓혔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그룹이 당내 비중을 키워가고 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그가 한나라당에 몸 담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라며 회의적인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5월 전당대회 부총재 경선에서 3위로 뽑히면서 주위의 우려를 기우로 만들었다. 보수성향의 당원들이 그의 개혁성을 당에 필요한 자양분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이지, 아니면 일정 부분 그가 보수 성향과 타협한 탓인지는 아직 단정키 어렵다.
'이부영 식 정치'가 한나라당 안에서 어떻게 열매 맺을지 지켜 볼 일이다. 이 경우 올 한해가 이 부총재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닐 수 밖에 없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