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끝냈다. 새해 벽두 북한 인민에게 일대 혁신과 전환을 촉구하는 신사고를 천명한데 이어, 전격적으로 중국의 경제개혁과 개방의 상징 상하이(上海)를 집중 시찰하는 공개 행사를 마친 것이다.이제 관심은 그가 다분히 대내외 선전효과를 노린 중국 방문에 담긴 뜻을 어떤 획기적 선언으로 밝힐지, 나아가 이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쏠린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분석은 시각에 따라 우선 순위가 다를 뿐 대체로 일치한다. 첫째는 개혁ㆍ개방을 위한 견문을 넓히고, 중국의 자문과 지원을 얻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 내부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변화의지를 과시하고, 신뢰를 얻는 것이다. 마지막은 미국의 새 행정부가 압박정책을 구사할 경우, 중국과 연대해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알리는 것이다.
그가 어떤 형식으로든 내놓을 대내외 선언과 향후 행보는 이런 예상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와서 그의 진정한 의도를 의심하고, 행여 '위장전술'등으로 평가절하 하는 것은 북한의 절박한 처지를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그 것이 김 위원장의 생존 전략이라면, 그에 걸맞게 진지함을 인정하는 것이 순리이고 현명하다고 믿는다.
한층 중요한 과제는 북한의 개혁ㆍ 개방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다. 무엇보다 개혁ㆍ개방의 구체적 수준과 방향을 서방 기준에서 강요해서는 역효과를 초래할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서방이 과거 소련의 고르바초프 개혁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데 인색한 결과, 공산체제는 붕괴했으나 뒤이은 옐친의 러시아가 더 큰 혼란에 이르도록 했다는 반성이 있었다.
북한이 바로 이 선례를 경계하면서, 중국의 체제 유지적 개혁ㆍ개방을 모델 삼으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북한을 당장 붕괴시킬 의도가 아니라면, 신중하고 긴 안목의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 새 행정부의 등장은 북한 뿐 아니라 우리의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에도 시련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선제적 행보와 선언을 한반도의 전략적 게임구도에 유리하도록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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