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는 치워두고 답변해 주세요."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산업자원부 업무보고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장ㆍ차관 등이 미리 준비한 '커닝 페이퍼'를 참고하지 말도록 주문, 간부들이 진땀을 흘렸다.
산자부의 한 간부는 20일 "김 대통령이 '구체적인 데이터는 틀려도 좋으니까 장ㆍ차관들이 소신껏 머리 속에 있는 내용만으로 보고하라'고 지시, 마치 논술 면접고사를 치르는 분위기였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예년에는 청와대 파견관 등을 통해 미리 질문지를 입수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이 마저 여의치 않았다"며 "실ㆍ국별로 많게는 수십여 건의 '모범답안'을 준비했지만 김 대통령이 청와대 정책수석실과 경제수석실에서 복수로 올린 질문을 뒤섞어 시험을 치르는 바람에 신국환(辛國煥) 장관도 잠시 당황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 대통령은 "지난해 투자유치 실적이 158억달러인데 올해 목표는 왜 150억달러 밖에 되지 않느냐"고 따진 뒤 무역투자실장이 답변하려 하자 "장관이 직접 답변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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