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0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 참석,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김 대통령이 당을 방문하기는 취임후 이번이 처음. 김 대통령은 "김중권(金重權)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뭉쳐야 한다"며 출범 한달을 맞은 김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를 밝혔다. 김 대통령은 원고 없이 메모만으로 예정됐던 30분을 넘겨 45분간 연설을 했다.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
이 문제는 양심을 걸고 말 하는데 정말로 몰랐다. (나에게도) 어떤 사람이 전혀 탈없는 자금이니 가져다 쓰라고 했지만 일축했다. 국민의 정부 출범후 안기부 돈은 단 일원도 정치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안기부 돈을 선거자금으로 썼음을 입증하는 결재서류와 기록이 있고 당시 안기부 간부가 구속돼 자백했는데 어떻게 이를 덮어버릴 수 있겠는가. 당사자는 당당히 나와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 사건을 악용할 생각은 없지만 사실을 덮어 둘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해둔다. 선거 때 당에서 주는 돈을 안기부 돈이냐고 묻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돈을 받은 사람을 조사하면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당에서 검찰의 태도변경에 불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직접 지시한 적은 없지만 사건의 초점을 흐리지 않고 사건과 직접 관련된 부분만을 집중해 처리하는 태도를 취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2여 공조
자민련과의 공동정권을 확실히 유지해야 한다. 자민련과 우리는 대선때 국민 앞에 손잡고 선거를 치렀다. 솔직히 말해 자민련의 도움이 없었으면 내가 대통령이 됐을지 의심스럽다. 자민련과의 공조가 굳건할 때는 외환위기 등 국정이 잘됐고, 지난해 공조가 잘 안될 때는 정치가 불안해지고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됐다.
◇대야 관계
한나라당은 우당으로서 나라의 일을 함께 맡는 한쪽 기둥으로 소중히 생각한다.
대통령이 된 후 한나라당을 의도적으로 괴롭힌 일이 없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실패하고, 그 실패에 의해서 집권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정책 대결을 통해 국민의 신망을 얻어야 한다. 한나라당을 적대시하거나 어떤 일이 있어도 정권을 못 내주겠다는 생각은 없다. 우리가 정치ㆍ경제ㆍ사회적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면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다.
◇등원 결정
당이 등원을 거부한 것은 이유가 있지만 방탄국회이든 어떤 목적이든 헌법에 의해 소집된 국회에는 나갈 의무가 있다. 당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의사표시를 했다.
◇김정일 답방
선거가 없는 올해에 남북이 평화와 냉전종식을 위한 기반을 튼튼히 해 전쟁의 여지를 없애고 경제 협력관계를 계속 발전 시켜야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것이지만 언론의 추측과는 달리 시기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서두르지 않겠다. 빨리 오고 늦게 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평화 협력을 위해 충분히 조율해 성공적인 서울 방문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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