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첫월급 갖고 갈께요""너무 설레 간밤에 한숨도 못잤어요."
20일 오후 1시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서울디지털산업단지(구 구로공단) 내 ㈜한화정보통신 공장. 생산직 '새내기' 직원 60여명의 첫 귀성을 위해 회사측이 마련한 버스 2대마다 "까르르." 들뜬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정옥주(鄭玉珠ㆍ19)양은 "빨리 엄마에게 첫 월급을 전해드리고 싶다"면서 첫 귀성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경북 영양군에서 홀어머니 슬하에 어렵게 성장, 직업전문학교를 거쳐 지난해 12월 입사한 정양은 "설 지나면 경제여건이 나아져 놀고 있는 오빠도 꼭 취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 집으로 향하는 강은화(姜恩花ㆍ19)양은 "서울 생활이 처음엔 낯설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괜찮다"면서 "집에 갈 생각에 오전 내내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고 들떠 있었다.
화장품, 옷 등 선물꾸러미를 잔뜩 챙겨든 강양은 "새해는 몸이 힘들어도 좋으니 제품주문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승호(梁承浩ㆍ45) 공장장은 "지난해 전반적으로 경영여건이 안좋아 보너스를 많이 못줘 미안할 따름" 이라면서 "그래도 어린 여직원들이 활짝 웃어줘 고맙다"며 떠나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박선영기자
philo94@hk.co.kr
■"웃는 손녀 보여드릴께요"
8개월 된 현지(여)도 이번 설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전남 목포로 첫 귀성길에 오른다. 동갑내기 부부교사인 박기운(朴起雲ㆍ30ㆍ인천 서곶초등교)·유명선(劉明仙·인천 석남초등교)씨는 어머니, 아버지께 처음으로 붕대를 풀고 방긋방긋 웃는 손녀의 모습을 보여드릴 참이다.
지난해 5월 '밀레니엄 베이비'라는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현지는 두달도 채 안돼 느닷없이 '간 종양으로 인한 뇌출혈'로 수술을 받았다. "아기에게 흔한 황달"진단을 믿었던 것이 화를 불러온 것. 그러나 "살면 기적"이라던 의료진의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 현지는 거뜬히 일어났다.
수술 후 7개월. 현지는 이제 옹알이도 한다. 조금 있으면 '뒤집기'도 하고, 언젠가는 일어서 아장아장 걸을 것이다. 하지만 현지의 뇌는 3분의 2가 손상돼 한쪽 눈도 기능하지 않는 상태. 게다가 종양이 간에 자라고 있어 잦은 합병증에 시달린다.
아빠 박씨는 "수술실 앞에서 마냥 울기만하시던 부모님을 억지로 보내며 '현지의 웃는 모습을 설에는 꼭 보여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남다른 귀향의 감격에 젖었다.
현지는 삼성생명과 라이코스코리아의 도움으로 22일 서울 잠실선착장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할아버지 할머니 품으로 날아간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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