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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라다 처리·국론통합등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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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라다 처리·국론통합등 '난제'

입력
2001.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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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조셉 에스트라다(63)의 대통령직 사임에 이어 글로리아 아로요(54ㆍ여)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공식 인수함에 따라 필리핀의 무혈 시민혁명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한때 에스트라다가 이날 오전 6시로 정해진 야당세력의 사임 최후통첩 시한을 넘기며 거부의사를 표명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으나 시민, 군부, 종교, 경제계가 결집된 범 시민혁명의 도도한 물결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남은 과제는 정치경험이 일천한 아로요가 탄핵정국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정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와 사후 에스트라다의 처리 문제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아로요의 필리핀

아로요 부통령은 이날 오후 힐라리오 다비데 대법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함으로써 공식 대통령직에 올랐다. 9대 대통령을 지냈던 디오스다도 마카파갈의 딸로서 필리핀 사상 첫 '부녀(父女)대통령' 이란 진기록을 세웠지만,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정치행보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대학교수에서 1980년대 후반 뒤늦게 정치계에 뛰어든 그의 취약한 정치기반이 우선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반(反) 에스트라다 시민혁명을 이끌면서 단시일에 대중 정치인으로 부상했지만, 어떤 정치력을 발휘해 사분오열된 국론을 치유할 지는 검증되지 않은 미지수이다.

특히 부통령으로서 에스트라다의 부정부패에 연루됐다는 주장이 여전해 정통성을 갖고 국정을 꾸려나갈 수 있을 지 확언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연설능력 미숙 등 카리스마가 부족한 점을 들어 그가 에스트라다의 임기 잔여기간인 2004년 말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선거 때까지 과도내각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에스트라다의 운명

5월 조기선거라는 최후카드마저 거부되고 이날 결국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에스트라다의 운명은 '풍전등화' 신세가 됐다. 에스트라다가 야당의 통첩시한까지 넘겨가며 막판까지 버틴 것은 그의 안위를 보장받기 위해 야당세력과의 타협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에스트라다는 19일 밤 대통령궁으로 찾아온 야당 밀사 3명과 면담한 자리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상황을 설명할 수 있도록 5일간의 시간을 달라" 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권력인계 과정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사면을 요구했으나, 야당측으로부터 즉각 거부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때 클라크 공군기지에 훈련용 공군기 2대 비상 대기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으로의 망명이 기정사실화 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으나, 미 국무부가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했다" 고 확인함으로써 진정됐다.

야당측과 앙헬로 레예스 참모총장은 "에스트라다와 가족이 국외로 도망가지만 않는다면 안전을 보장하겠다" "품위있는 퇴진을 약속하겠다" 고 밝혔으나 부정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극에 달해 있어 그의 사법처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암울한 경제전망

탄핵정국으로 19일 1달러당 55페소가 넘어서면서 금융시장이 마비됐던 필리핀 경제는 이날도 부정적 전망이 꼬리를 물었다.

현지 컨설팅 업체들은 올해 평균환율이 62.6페소, 내년엔 83페소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한 뒤 정치위기가 계속될 경우 내년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스 앤 푸어스는 "정정불안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으면 금융시장 붕괴는 피할 수 없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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