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K대 영문학과을 졸업한 주부 권모(35ㆍ서울 성북구 돈암동)씨는 10여년만에 전공책을 다시 들었다. 보름 전부터 이웃에 사는 초등학생 11명을 상대로 과외를 시작했기 때문.어엿한 강사로 변신한 권씨는 "집에 눌러 있자니 너무 답답하다. 돈도 벌고 무엇보다 자기개발에 도움이 되는 등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최근 권씨 같은 '과외 아줌마'들이 늘고 있다. 남편이 실직하거나 수입 감소 등 경제위기와 맞물린 '생계형'들이 많지만, 권씨처럼 돈보다는 '변신'을 꾀하는 '자기개발형'도 있다.
주부 윤모(33ㆍ서울 송파구 잠실동)씨는 "유치원ㆍ초등학생 15명의 피아노 레슨을 해주고 한달에 90만원을 번다"면서 "나같은 '과외 아줌마'들이 우리 아파트에만 1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아줌마 과외선생들은 영어, 수학 전공자를 비롯해 전직 교사들과 한때 이 방면에서 '한가닥' 했던 주부들도 많다.
특히 1인당 과외비가 5,6만원에 불과, 대학생 등 수십, 수백만원짜리 고액 과외에 주눅든 중산층ㆍ서민층 사이에 인기가 더욱 높다. 과외 아줌마들은 수업 준비시간이 적은 초등학생 10~20명을 소규모 팀으로 나눠 자신의 집에서 일주일에 2~3차례 가르치며 월 50~100만원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수를 가르치는 최모(33ㆍ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공부를 막 시작한 초등학생을 대하는데는 아무래도 '애엄마'들이 낫지 않겠느냐"고 자랑했다.
영어학원에 보내던 초등 1년생 아들을 가까운 이웃에게 맡긴 박모(34ㆍ여ㆍ서울 도봉구 방학동)씨는 "수강생 많은 학원보다는 아이들 대하는 애정이 다를 뿐만 아니라 육아도 대신하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러하자 경쟁관계인 대학생들과 학원, 학습지 강사들은 "고객을 뺏긴다"고 울상이다. "6개월간 가르쳤던 아이를 옆집 아줌마에게 내줬다"는 이모(20ㆍ여ㆍS교대2)씨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고 안타까워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윤지희 회장은 "고액과외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친근한 이웃 아줌마로부터 배우는게 여러모로 낫다"면서도 "이 또한 한창 뛰어 놀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