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공동 개최하는 한국과 일본 조직위원회의 공조관계는 이제 위험단계에 이르게 됐다. 바로 대회의 명칭문제때문이다.일본조직위가 입장권신청서에 월드컵 공식명칭을 '일본-한국'으로 표기하는 문제를 한국조직위와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안하면서 시작된 이 문제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17일 외신기자회견서 공론화되면서 불거지고 있다.
외신들도 공조관계에 우려를 표했고 FIFA가 공문을 보내 '한ㆍ일월드컵'의 표기원칙을 재확인, 문제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양국의 조직위 실무자들은 지금껏 잘 다져온 공조관계에 혹 금이 가지 않을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양 국민의 감정이다. 한국조직위의 영문홈페이지(www.2002worldcupkorea.org) 포럼란에서는 양국의 네티즌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네티즌들은 "일본인들이 약속을 지켰으면 이런 문제도 없었다", "일본은 거짓말장이이며 우리는 과거 역사를 잊지 않는다", "충격이다. 원칙을 지켜 공조정신을 살리자" 라며 분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네티즌들은 "일본의 국내문제이며 여기에 간섭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황이 위험지경에까지 온 데는 우선적으로 일본측에 책임이 있다. 당초 한국조직위가 반대했음에도 지금까지 모든 일본의 공식행사에서 '일한월드컵'으로 표기해온 것은 고의성이 엿보인다.
또 엔도사무총장은 지난주까지도 일본기자들에게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일본에서는 '일한월드컵'으로 표기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하니 깜짝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이번 사태를 일본조직위가 어떻게 수습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월드컵 공동개최로 모처럼 무르익은 양국의 좋은 분위기를 일본측이 깨뜨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월드컵공동개최의 정신이 훼손된다면 양국에게 이보다 더 큰 불행은 없기때문이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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