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화려하고 번듯하지만 내용은 종교 건축물답지 못하다." 하루가 다르게 솟아오르는 교회 건물, 산속을 벗어나 도심으로 향하는 고층의 도심 사찰들이 외양과 달리 종교적 상징과 내용을 충실히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사찰조경연구소는 최근 동국대에서 '현대 도시사찰의 이해와 불사 방향'이란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 학술회의에서 조정식 동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불교 현대화의 노력으로 도심 사찰이 본격적으로 조성되고 있지만, 종교적 상징성과 고유성 확보가 미흡하다"며 "도심 사찰의 원형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찰 진입 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주문(一柱門), 천왕문(天王門), 불이문(不二門)으로 이어지는 전통 사찰의 진입과정은 세속에서 수미산으로 올라가는 통과의례, 즉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상징화한 것이다.
전통사찰의 경관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지만 도심 사찰에서 이 진입패턴을 갖춘 곳은 거의 없다.
조 교수는 "사찰 진입 길에 대한 배려는 사찰이 '깨달음을 촉발하는 장소'라는 점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며 "불교에서 진정한 포교는 설법이나 교화가 아니라 깨달음에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건축물도 예외는 아니다. 건축계 중진인 정시춘 정주건축연구소장은 최근 출간한 '교회 건축의 이해'라는 책에서 "예배실의 수용인원에 관심을 가질 뿐 예배 공간의 질이나 다른 부속시설에는 소홀했다"며 교회의 본질을 반영하지 못한 교회 건축물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교회 건물은 대형화하면서 주위환경과 심각한 부조화를 일으키고 있다. 정 소장은 "웅장한 교회를 만들어 교회를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는 충족시켰으나, 지역 주민들에겐 이질감과 거부감을 주었다"며 "교회가 세속과 구별되어야 하지만, 지역환경과의 조화 속에서 그 형태를 통해 하나님의 교회임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평신도를 위한 공간이 부족하고, 교인들이 출입하는 복도는 턱없이 좁고, 천편일률적으로 뾰족한 첨탑만을 강조하는 고딕양식을 무분별하게 모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 소장은 "그리스도 공동체로서 지역사회에 열려있는 교회를 위한 건축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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