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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나를 업그레이드 이젠 선택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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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나를 업그레이드 이젠 선택아닌 필수"

입력
2001.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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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고운세상성형외과는 지난 해 8월 인터넷 홈페이지에 '지방흡입술 시연회'의 모델이 될 무료 시술자 한 명을 모집한다고 광고를 냈다.수술 전후 사진촬영은 물론 인터넷으로 시술장면과 인터뷰를 중계하는 조건이었다. 무려 300여 명 이상이 지원했다. 시술자로 선정된 여대생 김모(20)양은 허벅지와 복부의 지방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만천하에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고 허벅지 안쪽의 은밀한 부위가 노출됐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김양은 "그동안 허벅지와 복부 비만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며 "수술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대단히 만족해 했다 .

#2.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한모(28)씨는 최근 약혼자와 함께 성형외과를 찾았다. 평소 A컵 브라를 착용하는 한씨는 내심 작은 가슴을 고민하다, 약혼자의 적극적인 권유로 유방확대 수술을 받기로 했다. 두 사람은 의사 앞에서 마음에 드는 유방의 형태와 크기도 함께 결정했다.

유방 성형 전문인 네오성형외과 심형보 원장은 "과거에는 남편이나 애인이 눈치 채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수술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남자가 더 적극적으로 유방 모양이나 크기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수술 후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준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게 가장 아름답다'라는 말은 2001년 한국 사회에서는 이제 고전이다. '생긴 대로 살아라'라는 말은 '당신은 얼마든지 예뻐질 수 있다'라는 말로 대체되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당신은 오랜만에 만난 여성이 무언가 인상이 변하고 얼굴이 긴가민가 싶으면 그 이유를 금방 알아챌 것이다. 얼굴과 몸에 칼을 대고 싶은 유혹에 이 시대 수많은 여성들은 몸살을 앓고 돈을 모은다.

아무리 자연미를 부르짖어도 '잘 생긴 외모'는 전문지식이나 어학실력처럼 우리 사회에서 필수적인 '경쟁력'이 돼가고 있다. '섹시함'은 이제 최고의 덕목이 되었다.

비디오 시대의 대중문화의 폭발적 성장과 감각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회의 분위기는 '얼굴을 고쳤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거부감을 줄이는 데 일조한다. 이제는 성형도 트렌드의 시대다.

성형미인이 진짜 미인?

전문대 졸업반 박모(20)양. 그녀는 요즘 아르바이트를 하며 성형수술 자금을 모으고 있다. 코가 유난히 뭉뚝해 심한 콤플렉스를 느껴왔다는 박양은 "요즘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 외모가 받쳐주지 않는 여성들이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한다. 박양은 "우리 사회가 잘 생긴 여자를 선호하고, 잘 생겨야 경쟁력이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성형수술은 '생존경쟁'을 위한 자기 관리라는 것이다.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 변화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1994년 조사한 결과 '성형수술을 고려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13.9%에 불과했으나, 99년엔 59%로 4배 이상 늘었다. 성형미인에 대한 거부감도 크게 줄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팅이나 맞선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가 성형수술을 했다고 하면 계속 만나겠느냐'는 질문에 79.8%가 긍정적 답변을 했다.

성형수술은 젊은 여성의 독점물?

성형수술이 연예인 등 일부 젊은 여성의 전유물인 시대는 지났다. 40, 50대 중년층도 성형수술에 대한 관심에 큰 차이가 없다. 최근엔 직장 남성들도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벤처기업 직원 이모(29)씨. 코가 낮고 광대뼈가 튀어나와 항상 열등감을 느끼던 그는 큰 맘 먹고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 수술을 받았다. 그는 "사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자신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니 부담스럽진 않았다"고 말했다.

얼굴 성형 전문인 박현 성형외과 원장은 "몇 년간 부은 적금을 타서 촌스럽게 보이는 동양적 얼굴형을 갸름하게 고치러 오는 남성도 많다"며 "남자들은 이마를 넓히거나 미간 사이의 주름을 없애는 수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남성적 강인함보다는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얼굴형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도 남성의 성형수술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성형수술의 연령층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도 요즘 추세. 고운세상성형외과 정민정 상담과장은 "요즘 고교생들은 공부만 잘해선 안되고 외모에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부모가 생일선물이나 대학입학 기념으로 성형수술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부들의 '성형수술계' 유행

성형수술이 보편화하면서 점차 공개적인 '이벤트'의 성격을 띠는 것도 특징이다.

여대생이나 주부들이 성형수술을 위한 계모임을 만드는가 하면 직장인들은 단기 적금을 붓는 경우도 흔하다.

최근 서울 압구정동 드림피부과에는 인근 아파트 지역의 30대 주부 8명이 함께 찾아와 주름살과 기미 제거술에 대해 상담했다.

이들은 '피부 시술계' 계원들로 한 달에 한 명씩 돌아가며 시술을 받기로 했다. 드림피부과 고우석 원장은 "강남의 중산층 주부들은 단체로 찾아와 할인 시술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친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성형수술 하면 코 높이기나 쌍꺼풀 정도를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단순히 예쁜 얼굴보다는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선호하면서 얼굴 윤곽과 몸매를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무역업을 하는 박모(43ㆍ여)씨는 재혼을 앞두고 전신 지방흡입술과 얼굴 주름제거 수술에 3,000만 원을 들였다. 박씨는 "제2의 인생을 위해 이 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박 현 원장은 "요즘 여성들은 쌍꺼풀, 코 높이기 등 특정 부위의 약점을 커버하기 보다는 작은 얼굴, 긴 다리 등 전체적인 균형을 더 중시해 몸 전체를 뜯어고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 수술을 원하는 부위

10대 여학생

1위: 쌍꺼풀 24%

2위: 코 높이기 19%

3위: 지방흡입술 14%

4위: 얼굴 윤곽 교정 12%

5위: 유방 성형 5%

20대 여대생

1위: 지방흡입술 24.6%

2위: 코 높이기 23.1%

3위: 쌍꺼풀 20%

4위: 유방 성형 16%

5위: 얼굴 윤곽 교정 14%

▲닮고 싶은 연예인

눈: 1위 고소영, 2위 채림, 3위 송혜교

코: 1위 고소영, 2위 김희선, 3위 박지윤

입술: 1위 송윤아, 2위 심은하, 3위 김혜수

이마: 1위 전도연, 2위 송혜교, 3위 최지우

몸매: 1위 이소라, 2위 이승연, 3위 김혜수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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