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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 다가오는데..."

입력
2001.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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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군에 위치한 대우차 납품업체인 L기업. 지난해 추석 때만 해도 100%의 보너스를 나눠줬지만 올 설엔 보너스는커녕 봉급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이 회사 전무 L씨는 "경기침체로 주문물량이 30% 이상 줄어 연말에도 월급을 반밖에 주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설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세밑은 너무도 우울하다. 증시호황기에 맞았던 작년 설, 경기 추락 직전인 작년 추석에 비하면 이번 설의 '체감경기'는 썰렁하기만 하다. 실업자 수는 지난해 추석 무렵(9월) 80만명이었지만 이달엔 95만명(추정치)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산업현장

대우차에 플라스틱 사출품의 70%를 납품하고 있는 인천의 H실업은 상여금은 아예 포기한 채 2만원대 선물세트로 설보너스를 대신했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11월부터 부분휴업에 들어간 상태에서 빚으로 부도어음의 연체이자를 근근히 갚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우차 부도의 직격탄을 맞은 경기ㆍ인천지방과 삼성상용차가 퇴출된 대구ㆍ경북지역에는 아예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상당수다.

경기ㆍ인천지역 77개 업체의 2,285명의 근로자가 186억7,000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고, 대우차의 1,162억원을 포함하면 이 지역의 체불규모는 전국의 58%에 이른다.

산업단지공단과 기협중앙회 조사결과 평균 4개 업체 중 1곳은 이번 설에 보너스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설에 비해 보너스 미지급 업체 비율은 대략 4~5%가량 많아졌다.

서울 성수동의 의류 임가공업체 D봉제의 경리담당자는 "30% 조업을 단축하고 여전히 연 36%의 고리사채를 쓰고 있다"며 "자금시장이 좀 풀린다고 하지만 그것은 먼나라 얘기"라고 말했다.

▲ 빈익빈 부익부

백화점 설 매출액은 작년보다 20~30%가량 늘어난 반면 재래시장은 냉기마저 돌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15~18일 513억원(기존 점포기준)의 매출을 올리면서 26%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고, 현대백화점도 나흘 동안 30% 정도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남대문시장 남성복 매장상인 용창수씨는 "올해 설 매출은 지난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또 마산 부림시장의 경우 540개 점포 가운데 이미 200개 점포가 문을 닫았고 진시장, 평화시장 등 부산지역 재래시장도 설 매출액이 50%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물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물가. 18일 농수산물유통공사 조사 결과 사과와 배 값은 작년 설에 비해 25~30%가량 값이 떨어진 상태다.

감귤만 25%가량 올랐을 뿐 쇠고기 돼지고기 명태 조기 등도 이례적인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설이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가격이 들먹대고 일부 성수품은 매점매석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김지영기자

kimjy@hk.co.kr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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