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로 오는 길이었다. 밥 때가 지나 배가 고파서 함께 승용차를 탄 사람들이 휴게소에 들르자고 했다. 하지만 운전자는 가까운 곳으로 들어가지 않고 이천 휴게소까지 가자고 한다. 음식이 좋다는 것이다.허기진 사람들이 항의해도 들은 척 하지 않았다. 그러나 뒤늦은 식사를 하면서 일행은 평소 고속도로 왕래가 많았던 운전자의 선택을 고마워 했다.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가 달라졌다. 시설이나 음식이 나빠도 사람들로 넘쳐나기 때문에 서비스에 관심이 없었던 휴게소 운영자들이 비로소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 계기가 된 것이 휴게소 손님의 성격 변화다. 고속도로엔 승용차와 화물차가 밀려 다닌다.
전에는 버스기사의 선택권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승용차나 화물차의 방문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30분 간격으로 이어지는 휴게소를 선택할 때 운전자들은 깨끗하고 편리하며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곳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휴게소는 변신이 절실했을 것이다.
■확연히 달라진 시설이 화장실이다. 사회단체가 품평회를 열어 좋은 화장실의 순위를 밝히기도 하지만, 이전보다 확실히 깨끗해졌다.
그림과 꽃으로 치장하고, 대형 거울을 설치해서 변소 지위에서 말 그대로 화장실 자리까지 올라갔다. 어린이용 변기까지 마련해서 세심하게 신경을 쓴 흔적도 보인다.
■매일같이 휴게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화물차 기사들은 먹는 일이 곤욕이었다고 말한다.
휴게소마다 일년 내내 차림표가 거의 바뀌지 않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고 했다. 오죽 했으면 여유 있는 갓길에 주차하고 민가에 가서 밥을 사먹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다가 술까지 몰래 마신다고 보도되어 지금은 갓길의 주차공간마저 없어졌다.
휴게소 음식의 질 경쟁이 시작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화장실과 음식에 이어지는 휴게소의 다음 변신은 무엇일까. 이번 설날 나들이에서 찾아보는 것도 흥미 있을 것이다.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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