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選手):(어떤 기술이나 운동 따위에 뛰어나) 여럿 중에서 대표로 뽑힌 사람(두산동아 이기문 감수 메이트 국어사전)'선수'라는 말은 엄연한 명사(名詞)지만 그 동안은 주로 의존명사 대접을 받아 왔다.
그냥 '선수'라면 의미가 분명치 않았고 야구선수, 축구선수 등 운동이나 거짓말 선수, 장난치기 선수처럼 다른 단어 뒤에 붙어 '00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하지만 요즘은 '선수'라고만 써도 뜻이 분명해졌다.
'생각하지마! 난 선수야!' 지난 주 개봉한 멜 깁슨과 헬렌 헌트 주연의 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의 광고 카피이다. 여기서 '선수'는 바람둥이라는 뜻이다. 이보다 먼저 나온 018이동전화 광고에도 똑 같은 의미의 '선수'가 나온다.
"속지마, 걘 선수야."
'선수'라는 말이 바람둥이라는 뜻으로 널리 유행하게 된 데는 MBC 시트콤 '세친구'의 윤다훈씨 공이 크다. '세친구'에서 여자 유혹하는 데만 관심있는 노총각으로 나오는 윤씨는 극중에서 매번 '선수'를 자처하며 '(여자를 유혹하는) 작업'에 들어가곤 했다.
'세 친구'의 극본을 쓴 김성덕씨는 "윤다훈씨 역할을 귀여운 바람둥이로 설정해 놓고, 어울리는 말을 찾다 보니 '선수'라는 말이 생각났다"며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되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선수'라는 말은 90년대 초반부터 정ㆍ관가에서 정치인과 관료, 정치부기자를 중심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 때의 의미는 '말 해주지 않아도 잘 아는 사람' '베테랑' '프로페셔널'에 가까웠다.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그 배경과 오랜 세월의 맥을 잘 짚는 사람을 '선수'라는 용어로 불렀다.
아마추어나 순진한 인물에 대응되는 용어로 쓰이는 이 말은 일종의 흑막정치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활용되기도 했다.
알면서도 덮어주던 정가와 관가의 문제점을 쓰려는 기자에게 "선수끼리 왜 그래?"라며 방어를 하면, 당연히 신문에 날 기사를 덮으려는 취재원에게 "선수끼리 뭘 그래"라고 대응하는 용례로도 쓰였다.
이 용례는 윤다훈의 '선수'가 유행하며 수그러드는 추세이다. 그래도 21세기 문화어 사전은 '선수'를 이렇게 정의 한다.
선수: 1. 바람둥이 2.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아도 일의 전후를 잘 알고 있는 사람
용례: 1. 걘 선수야 2.선수들끼리 왜 이래?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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