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국정조사 청문회가 사흘째 공전으로 무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17일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적자금 부실 집행 의혹을 집중 제기했고 정부측은 이에 정면 반박으로 대응하는 등 장외 공방이 치열했다.▲부실집행 의혹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 의원에 따르면 공적자금 운용계획을 심의해온 예금보험공사 운영위원회가 97년 말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51회의 회의를 소집했지만 이중 정상적으로 진행된 회의는 16회에 불과하다.
나머지 235회는 가부(可否) 여부만 묻는 서면회의로 대체, 총 투입자금의 90.7%인 62조3,541억원이 토론 한번 없이 투입 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예보운영위원이었던 정덕구(鄭德龜) 전 재경부차관의 서명 도용 의혹도 제기했다.
정 전 차관이 해외출장 중이던 98년과 99년 3차례에 걸쳐 서면회의에서 가(可)서명을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필적으로 볼 때도 타인의 대리서명이 확연하다는 것. 이에 대해 예금보험공사측은 "서면결의가 과도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서면결의 3,4일 전에 안건을 전달해 검토기간이 충분했으므로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주장은 지나치다"고 항변했다.
또 정 전 차관의 서명 도용 주장에 대해서는 "가결정족수가 다된 상황에서 굳이 서명을 도용할 이유가 없다"며 "사후승인을 한 것으로 보이며 필적도 본인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도 이날 "1차 공적자금 투입액은 정부집계액 109조원보다 훨씬 많은 147조원에 달하며 산업은행의 현대그룹 지원 등을 포함할 경우 220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측은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투입된 자금 등 공적자금으로 분류할 수 없는 항목들을 자의적 기준에 의해 포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문회 공전
증인 신문 방식을 둘러싼 여야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이날은 청문회 순연 여부가 새로운 논란으로 등장했다. 한나라당측은 "청문회가 파행된 만큼 설 연휴 이후인 26일부터 30일까지 새로 청문회 일정을 잡자"고 요구했으나 민주당 측은 "증인과 참고인을 대기시켜 놓은 상황에서 새로 일정을 잡자는 것은 국회법 파괴행위"라며 맞섰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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