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이은주(21)가 "차갑다" 고 하고, 어떤 이는 "따뜻하다" 고 말한다. 이은주는 "둘 다" 라고 했다. 감정이 폭이 너무나 크고 잦아 하루에도 열 두번 변덕을 부린다고 했다.지금까지 영화에서 이은주는 '쌀쌀하고 이기적' 인 쪽에 가깝다. 감정을 질펀하게 쏟아내고, 그 때문에 망가지고 하는 인물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데뷔작 '송어' 에서 형부를 유혹하는 것이나, '오! 수정' 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계산과 줄다리기를 하는 것도 그렇다. "멜로물을 좋아해요. 단 '오! 수정' 처럼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사랑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그가 비현실의 대명사처럼 보이는 시공을 초월하는 '번지점프를 하다' (2월3일 개봉)를 선택한 이유는 너무나 독특한 소재 때문이었다. 시나리오를 읽다 그는 "어, 중간에 태희가 왜 죽지" 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사랑의 안타까운 윤회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번지점프를 하다'(감독 김대승)는 우리에게 '첫눈에 반한 사람을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웃음과 아픔을 뒤섞어가며 찾아가는 영화이다.
인우(이병헌)가 제자 현빈(여현수)과의 동성애적 상황으로 웃음과 아픔을 보여준다면, 태희(이은주)는 그것이 한 여자에 대한 순정이라는 사실을 감성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마지막 현빈이 태희로 바뀌면서 '너무 늦었지' 라고 말하며 인우를 만나는 장면에서 가슴이 '찡' 했어요. 현빈이 현빈이 아니라 태희로 느껴졌기 때문이죠. 관객들도 그런 감정을 가진다면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을 거예요."
'번지점프를 하다' 에서 그가 나오는 시간은 길지 않다. 전체 3분의 1정도 밖에 안된다. 그 짧은 시간에 그는 관객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 정확이 알고 있었다. "아, 저 두 사람은 다음 생에서도 잊지 못할 만큼 정말 사랑하는구나" 라는 것이었다. "태희가 그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위해 그는 마법을 걸었다. "나는 인우를 사랑하고 있다" 고. 그리고는 시나리오 한 귀퉁이에 작게 "나는 지금부터 당신을 조금만, 한동안 사랑하겠습니다" 라고 서놓고 시나리오를 펼 때 마다 읽는다. '번지점프를 하다' 뿐 아니다. '오!수정' 때도 그랬다. "그러면 굳이 생각하고 짜낼 필요도 없이 현장에서 잡히는 대로 편안하게 감정을 표현하면 되니까."
위험하고 대담한 방식이다. 그러나 그것이 신인에 가까운 이은주의 존재를 크게 만든 지도 모른다. '오! 수정'에서 갖고있는 성격조차 절제하고, 감독의 의지에 맞춰 '나'를 설득하는 것을 배웠다면 '번지점프를 하다' 에서는 자연스런 감정 표현과, 촬영 때 같이 모여 더 나은 것을 찾아가는 방법도 경험했다.
이제 어디로 점프를 할까. 대답이 의외다. "털털하면서도 알고 보면 섬세한 감성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랑을 할 수 있는 '8월의 크리스마스' 의 심은하 같은 연기."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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