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2001년 정책 방향에 관한 의견'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기업집단(30대 재벌) 지정제도의 페지를 요구했다.전경련은 이 제도로 인해 재벌이 총액출자 규제, 계열사 채무보증금지 등 큰 제약을 받고 있으며 이는 개방화 시대에 맞지않는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재벌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아직도 적지 않은 만큼 규제가 존속돼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찬성] 개방시대 국재 대기업만 역차별
S그룹은 작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30대 그룹에 지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금융기관 부채가 적어 그동안 60대 그룹에도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7개 그룹이 자산을 줄이거나 계열사를 정리하여 빠지는 바람에 포함된 것이다.
30대그룹 제도를 검토하면서 S그룹은 또 한번 놀랐다. 1년 내에 계열사 채무보증을 완전 해소해야 하고, 타회사 출자가 순자산의 25%로 제한되는 등 6개 행위가 금지될 뿐 아니라 주식변동 내용 수시 보고, 내부거래 조사에 계좌추적권 발동 대상 등 14개 규제가 더 있는 것이었다.
자산이 1, 2위 그룹의 30분의1에 불과한 데 규제는 똑 같고, 투자와 자금조달, 주식소유 등 그룹의 모든 움직임이 공정위에 보고되었다.
규제는 공정거래법뿐이 아니었다. 결합재무제표 작성, 투자를 위해 유보한 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 해외법인에 대한 지급보증 제한 등 24개의 다른 법에서도 규제하고 있었다.
월마트와 카르푸 등 외국 거대기업들은 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전국에 점포를 개설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는데, S그룹은 보고만 있어야 하는 판이었다.
5대 그룹도 어려움은 마찬가지이다. 경영을 잘 해서 그룹규모가 늘었으면 '포천 500대 기업'에 선정된 것과 같이 영광이어야 하는데, 우리는 규제와 비난의 대상이 된다.
1987년 이 제도가 도입되었을 때는 제도가 불비하고 지배구조가 낙후돼 규제가 불가피한 점이 있었다. 대기업을 규제하면 중소기업에 반사적 이익이 돌아갔다.
하지만 세상은 확 달라졌다. 시장이 완전 개방되어 외국자본은 상품,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30대 그룹에 대해서 공정위가 규제하는 사항들은 은행법, 증권거래법, 법인세법, 외부감사법 등이 정비돼 이제 중복규제가 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과 금융건전성 규제 등으로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기업을 감시한다.
계열사 보증이나 출자는 공시해야 하는데, 시장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주가가 하락하여 대주주는 엄청난 손해를 입는다.
아직 지배구조가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아 금융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않으므로 그때까지는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기관 빚이 많은 60대 그룹을 지정하여 부채비율 200% 준수, 계열사 정리, 채무보증 금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불이행시 은행으로 하여금 바로 금융제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간 은행과 주주를 대신해서 수행해 온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채권은행과 주주에게 이일을 맡기고 본연 업무에 돌아가야 한다. 이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폐지 권고를 수용할 때가 되었다.
신종익 전경련 규제조사본부장
[반대] 지금도 부실재벌때문에 국민 고통
재벌은 시한폭탄이다. 1997년 당시 한보(14위)사태로 시작하여 진로(19위)와 기아(8위)의 부도는 외환위기를 촉발하였다.
그 이후 한라(12위), 동아(13위), 해태(24위), 뉴코아(25위), 거평(28위), 신호(30위)의 연이은 부도로 인한 불황 속에서 대우(3위)의 부도는 마치 대형폭탄의 폭발과 같은 위력으로 한국경제를 강타한 바 있다.
이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1위 재벌이었던 현대가 유동성 위기를 맞아 온 국민이 불안과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재벌이 하나 무너질 때마다 고통을 겪어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재벌은 시한폭탄이 아닐 수 없다.
재벌은 부실덩어리다. 부도난 재벌을 사후적으로 살펴보면 한결같이 부실로 점철되어 있었다. 현재 남아있는 재벌들 역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못 갚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30대 재벌의 경우 현재 부채액이 각각 1조원이 넘기 때문에 이들 재벌이 부도가 나는 경우 금융의 부실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재벌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였다. 재벌총수는 호화생활을 하지만 막상 재벌이 부실화하면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재벌은 지분율이 1%도 채 안되는 총수가 계열사간 출자를 통해 전 계열사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독특한 소유지배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게 되고 부실화할 때 전 계열사가 동시에 망하는 대마몰사(大馬沒死)현상이 발생한다.
사실 이런 재벌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대규모 기업집단을 지정했으며 그것은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
가령 최근 현대건설 사태가 일어났지만 과거와 달리 현대그룹 전체가 휘청거리지 않는 것은 상호채무보증을 강력하게 규제했기 때문이었다.
일부에서는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이 시장이 개방돼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 진출한 상태에서 재벌들에게 역차별을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지만 잘못된 주장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기업은 실패하더라도 우리 국민에 미치는 피해가 별로 없지만 재벌들이 실패하면 그 피해가 우리 국민에게 고스란히 미치고 경제 전체도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기업의 덩치만으로 규제를 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을 하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다. 즉 규모가 작은 기업은 설사 망하더라도 그 피해범위가 크지 않지만 재벌이 망하면 은행은 물론이고 하청기업까지 피해가 확산되는 등 영향이 매우 크다.
정부가 30대 기업집단을 지정하여 관리해 왔음에도 재벌에 의한 피해가 속출한 마당에 이 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이 나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전경련이 해야 할 일은 윤리위원회를 강화하여 재벌의 범죄행위를 예방하는 일이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네티즌] 나도 한마디
한국i닷컴(hankooki.com)에는 30대 그룹 지정해제여부에 대한 네티즌들의 찬반 양론이 엇갈렸다.
구태 재벌 규제는 당연
재벌의 행태는 누구나 아는 일. 아직은 재벌이 과거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으므로 규제를 가하는 건 당연하다. 섣불리 풀어주지 말자. / 김경제
차별제약 부작용 초래
재벌이라고 돈을 참 많이도 뜯겼다. 무슨 행사다, 모금이다 하면서 준조세 성격으로, 거의 강제로 내야했다. 재벌이라고 왜 어려움이 없겠는가.
그러다 보니 재벌들에게 특혜를 주었던 것 아닐까. 마찬가지로 재벌이라고 특별한 제약을 가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 GIANT
폐해 여전 해제 안될말
우리 경제가 지금의 모래성이 된 건 재벌 경제의 폐해이다. 30대 그룹 지명 해제주장은 자기네끼리의 출자보증으로 허수아비 경제를 만들어온 재벌이 스스로의 개혁을 외면한 채 과거로 돌아가자는 꼴이다. 아직도 총수의 말 한마디면 모든 계열사가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고 편법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 정수경
■네티즌 나도 한마디
특혜도 규제도 없어야
모든 부문에서 정부의 규제는 적을수록 좋은 겁니다. 규제를 풀면 당장 대단한 혼란이라도 있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몇대 그룹이니 하는 말도 알맹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모든 기업들이 특혜도, 규제도 없는 시장에서 스스로 서기위해 싸워 나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 한정연
재벌은 일반기업과 달라
폐지하면 안됩니다. 존속시켜야지요. 왜냐하면 재벌은 아직도 우리 경제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해도 우리 경제가 아주 엉망이 됩니다. 그런 재벌을 일반 기업과 꼭 같이 취급해서는 안됩니다. / 이영수
모든기업 정당한 경쟁을
기업이 크다고 해서 작은 규모의 기업과 다르게 취급되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특혜도 그렇고 규제도 그럴 것이다. 이제는 정말 모든 기업이 당당하게 경쟁해서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정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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