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以熱治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한치한(以寒治寒)도 있다. 웅크리면 더욱 추운 법. 긴 연휴 내내 춥게 보낼 수 만은 없다.모처럼의 넉넉한 휴가, 큰 마음 먹고 배낭여행을 떠나 보자. 설 행사를 일찍 끝내고 가족끼리라면 더욱 좋다.
용기를 낸다면 운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연의 호연지기를 더욱 깊숙이 느낄 수 있다. 마침 전국에는 눈이 쌓여있다.
흰 옷으로 갈아입은 겨울의 우리 산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추천으로 한겨울 배낭여행 코스 네 곳을 소개한다.
▲강원산골 버스여행/태백-삼척내륙-정선-강릉-양양-오색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능선과 푸른 바다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코스. 태백에서 강릉까지 백두대간을 꿰뚫고 나 있는 35번 국도를 타고, 강릉에서 양양까지는 아름다운 해변국도 7번 도로를 지난다.
태백시는 이름 그대로 명산인 태백산이 있는 도시. 그 산을 지나칠 수 없다. 해발 1,567㎙이지만 태백시의 해발이 평균 900㎙에 이르기 때문에 산행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산행은 4시간 정도 걸리는 유일사-장군봉(천제단)-당골광장 코스가 일반적.
특히 눈쌓인 연봉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이 압권이다. 하산길에서 즐기는 오궁(오리 궁둥이)썰매의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당골광장에서 삼수령으로 옮긴다. 태백시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삼수령은 한강, 낙동강, 오십천(삼척) 등 세 물줄기가 갈리는 곳. 다시 강릉 방면으로 40여 분을 가면 삼척시의 내륙. 그림같이 아름다운 산중 호수 광동호를 만난다.
다시 북쪽으로 40분. 정선군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임계면을 지나 삽당령에 이른다.
오른쪽으로는 두타ㆍ청옥산이, 왼쪽으로는 노추산이 버티고 있다. 모두 명산에 속하는 봉우리들이다. 험한 산세 사이를 파고 나아가는 35번 국도가 역설적으로 아늑하게 느껴진다.
삽당령에서 다시 내리막길로 왕산저수지(일명 강릉저수지)를 거치면 이내 강릉. 이어 주문진에서는 좌판에서 생선을 흥정하고 횟집에 들어가 사 온 생선을 요리한다.
양양서 오색에 들면 휴식의 시간. 한반도 제2의 온천이라 불리는 오색온천이 있기 때문이다. 오색온천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탄산천과 알칼리온천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얼음 구멍 사이로 바가지를 한참 집어 넣어 길어 마시는 오색약수도 별미이다.
여행메모
▦태백행 열차는 서울 청량리역에서 하루 7회, 고속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20회 운행.
▦태백역전 시외버스터미널(033-552-3300)서 당골행 버스(1시간 간격) 상동행완행버스(하루 6회)를 타면 태백산(관리사무소 033-550-2741) ▦태백-임계 버스는 1일 10회, 임계-강릉 버스는 1시간 간격 ▦양양-오색 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
▲중부내륙 도보여행/속리산 법주사-문장대-화양계곡-수안보온천
속리산을 올랐다가 절경을 감상하고 온천욕으로 피로를 푸는 코스. 속리산은 산행이 그다지 어렵지 않고 암릉과 계곡의 절경을 함께 감상하며 걷는 트레킹 코스로 좋은 곳이다.
1,400여 년을 지켜온 법주사 경내에서 산행은 시작된다. 법주사에서 문장대에 올라 산너머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5시간. 문장대 정상에 올라 보은과 경상도 상주를 조망하고 하산한다.
하산길 매표소 오른쪽 계곡에 위치한 오송폭포를 잠깐 들르는 것을 잊지 말 것. 오송폭포는 높이 15㎙의 아담한 체구이지만 5단으로 층을 이루는 모습이 아름답다.
매표소에서 장암교까지는 40~50분 거리. 왼쪽의 장바위산에 있는 견훤산성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견훤왕이 산성을 쌓고 군사를 양성한 곳이다. 장암리에서 청주행 버스를 타고 충북자연학습원 앞에서 내리면 화양계곡이다.
이 곳은 우암 송시열의 발자취가 많이 남아 있는 곳. 화양구곡의 이름도 우암이 송나라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따 만든 것이다.
우암이 은거하며 책을 본 암서재, 명나라 황제인 신종과 의종의 제사를 지내던 만동묘, 도도한 세도정치의 흔적인 화양서원터 등이 이어진다.
도보여행의 피로는 수안보온천에서 푼다. 수안보에는 온천 말고도 스키장이 있어 스키나 눈썰매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사조리조트 스키장(043-846-0750)은 수안보 시내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여행메모
▦서울서 속리산 법주사 가는 버스는 남부터미널에서 1일 12회,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15회 운행한다.
▦장암리에서 화양계곡으로 가는 버스는 1시간 간격. 버스가 오면 손을 흔들어 세워야 한다. ▦속리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043-542-5267) 화양계곡관리사무소(043-832-4347) 충주시청 문화관광과(043-850-1165)
백제문화 탐방/부여(부소산성, 낙화암, 고란사)-청양(장곡사)-예산(수덕사, 덕산온천)
678년 간 우아한 문화를 일구며 고대 한국의 역사를 빛냈던 백제 왕국. 부여는 백제의 전성기인 538~660년에 백제의 왕도로 사비성이라 불렸다.
사비성을 수호하기 위해 축조된 부소산성을 중심으로 낙화암, 고란사 등 부여를 대표하는 문화유적이 모두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걸어서 답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부여 버스터미널에서 부소산성으로 가는 길에 구드래조각공원이 있다. 구드래란 큰 나라란 뜻의 옛말. 공원 옆으로 구드래 나루터가 있다.
낙화암까지 왕복하는 유람선은 7명 이상만 모이면 언제든지 출발한다. 편도로 표를 끊어 낙화암에서 고란사 사비루 군창지 등 부소산성 일대의 유적지를 여유있게 걸어서 돌아보는 게 좋다.
부여에서 잠을 자고 청양으로 떠난다. 부여터미널에서 직행버스로 약 40분. 청양에서 장곡사까지 시내버스가 하루 12회 운행한다.
출발시간을 청양시외버스터미널(041-942- 2788)에 확인하는 것이 필수. 장곡사 정류장에 내려 걷다 보면 칠갑산 도립공원 입구가 나온다.
눈에 띄는 것은 장곡장승공원. 옆으로는 장곡민속마을 공사가 한창이다. 장곡사는 이 곳에서 10분 거리. 장곡사는 백제가 망하고 난 뒤 통일신라시대 문성왕 12년(850년) 보조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대웅전이 2개인 점이 특징이다.
다음 목적지는 예산의 덕산온천. 청양터미널에서 예산까지 15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35분 정도. 수덕사나 복당리행 시내버스를 타고 덕산온천까지 40분, 수덕사까지는 50분이 소요된다. 내친 김에 수덕사를 먼저 둘러보고 온천욕을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행메모
▦부여군관광안내소 (041)830-2585 부여버스터미널(041)835-3535 ▦장곡사 (041)942-6769 ▦칠갑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041)940-2530 ▦예산버스터미널 (041)333-2921
▲남도답사기행/강진 백련사-월출산 경포대-화순 운주사, 화순온천
남도답사 일번지인 강진과 호남의 금강산인 월출산, 천불천탑의 운주사를 잇는 천혜의 답사 코스. 옛사람의 정한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종교적 경이로움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일정이다.
강진의 명소 1번지는 뭐니뭐니 해도 다산초당. 다산 정약용이 귀양살이를 하며 '목민심서'등 불후의 걸작을 집필한 곳이다.
대나무숲길을 올라 오롯하게 들어있는 다산초당은 그의 성품을 말해주듯 간소하기 이를 데 없다. 초당과 가까운 곳에 백련사가 있다.
주차장부터 절 앞마당까지 이어진 동백숲 터널이 아름답다. 벌써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월출산은 짐승의 이빨처럼 삐죽삐죽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산. 겨울에 특히 아름다워 호남의 산꾼들이 많이 찾는다.
신라말 도선국사가 세웠다는 화순 운주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석탑과 석불이 있는 곳. 기록에 의하면 원래 1,000기의 탑과 불상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도선국사가 단 하룻밤에 이 모두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화순온천은 전남 지역에서는 최초로 발견된 온천. 인근의 동북호는 전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방랑시인 김삿갓이 생을 마쳤던 것처럼 이 곳에서 남도 답사를 마무리하면 좋을 듯하다.
여행메모
▦강진서 백련사와 다산 초당까지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만닥리행 강진교통버스(061-432-9618)
▦강진-월출산 무위사 간 강진교통은 하루 6회운행▦영산포-운주사 구간은 중장터행 나주교통버스(061-337-8089)이용 ▦강진군청 문화관광과 (061)430-3224,화순군청문화관광과(061)375-0101,금호화순온천 리조트(061)370-5000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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