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중학교 의무교육을 전국에 확대 시행한다는 정부 발표는 너무 오래 미루어져 온 것이어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이 느껴진다.그러나 도시의 저소득층 등 모든 국민이 중학교까지 9년간을 무상으로 교육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보장된 국민교육권을 이제야 보장 받게 되는 것이지만, 웬만한 개도국들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니 내놓고 좋아하기에는 쑥스럽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18일 국무총리와 교육부장관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내년에 입학하는 중학교 학생들부터 시작해 2004년까지는 전국의 모든 중학생들이 의무교육 혜택을 받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요예산(1조4,000억원) 조달대책 협의를 시작하는 한편,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짜기로 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중학교 의무교육은 역대 정권이 선심 쓰듯 조기시행을 약속해 왔지만 국가예산의 투자우선 원칙이란 궤변에 밀려 번번이 미뤄져 왔다.
박정희 정권 때인 68년 처음으로 70년대 시행을 약속했으나 무위에 그쳤고, 5,6공 정권과 문민정부도 교육세까지 거둬가며 저마다 임기 내에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누구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6공 말기에는 교육기본법에 9년 의무교육 규정까지 명문화해 놓고 시행시기를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속임수를 쓰기도 했다.
국민의 정부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시행시기를 오락가락해 또 물건너가는 약속이 아닌가 했는데, 갑작스레 내년시행을 발표해 극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중학교 의무교육이란 혜택 면에서 보면 180만여명의 중학생들이 연간 52만여원의 등록금을 면제 받는 정도의 혜택이다.
국민의 20%는 이미 누리고 있는 것이어서 획기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국가가 모든 국민을 9년간 무상으로 가르쳐준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적지 않다. 아울러 9년 의무교육 시행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교육환경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공교육 여건은 너무 열악하다. 학급당 인원은 초등학교가 평균 36명, 중ㆍ고교가 40.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가장 조밀하다.
여기에 교사 1인당 학생수도 초등학교 31명, 중등학교 23명 꼴로 선진국에 비해 8~14명이나 많다. 신설학교 개교가 늦어져 컨테이너 같은 가건물에서 수업을 받거나, 2부제 수업을 하는 학생이 아직도 수만 명이다.
정부는 기본적인 교육여건 조성이 의무교육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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